지난 19일, ‘청년의 날’을 맞아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청년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에게 보고 받았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20대 여성의 70.3%는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20대 남성의 70.4%는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전에는 여성이 유리한 것 같지만, 취업 후에는 남성이 우대받고 있는 것 같다”며, “직장 상사와 간부가 남성이 대부분이라, 여성들이 말하는 유리천장이 실제로 있다”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세대를 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을 남성이 겪는 차별과 등치시키며, 사회 전반의 구조적 성차별은 외면한 채 여성이 겪는 차별을 ‘유리천장’으로만 축소시키는 납작하기 짝이 없는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17일, 여성가족부에 20대 남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보건복지부에는 “남성 청년이 경험하는 역차별과 소외감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는 “남성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이 있는데 공식적 논의를 어디서도 안 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청년들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미워한다’고 일축한 것 역시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초라한 성인지 감수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공석이었던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고, ‘여성가족부’ 명칭을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했다. 성평등을 기반으로 통합을 이루고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나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이런 행보 자체는 주목할 만하지만, 연이은 발언들에서 드러난 인식 수준으로 과연 이 목표가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그럴 수 있잖아요?”라는 말을 농담조로 던지며 좌중과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취임 100일이 막 지난 이재명 대통령이 보인 부적절한 언행에 여성들은 그저 참담함을 느낀다. “여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라는 표현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여성 내부의 개별적 갈등으로 치환하고,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해 온 개념이다. ‘여자가 남자를 미워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라는 발언 역시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에 대해 기본적인 인지조차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성평등을 향한 여성 청년의 요구는 ‘느낌’과 ‘감정’이 아니다. 9번이나 신고했음에도 술 취한 연인이 든 흉기에 숨진 여성, 6년간 사귀던 연인에게 살해당한 20대 여성, 스토킹 신고로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음에도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여성 등 여성폭력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현실’이다.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은 ‘유리천장’ 만이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성차별’ 문제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외치는 ‘성평등’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목소리이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게시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젠더 갈등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격의 추락’, “보수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성명서, 규탄 집회, 사퇴 요구가 쏟아졌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전 국민이 보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성폭력 발언으로 의원직 제명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에 60만 명 이상이 동의했던 사안의 당사자는 이를 논할 자격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 내건 5년간의 국정 원칙인 경청, 공정, 신뢰에 걸맞게 여성 청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라. 성평등 실천을 위해 공직자와 남성 대상 성평등 민주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공부하라.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가부장제가 낳은 뿌리 깊은 구조적 성차별을 직시하라. 나아가 전 세대의 여성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 언행과 정책으로 응답하라.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