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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5일, 경찰청은 연이은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의 현장 대응 강화를 위한 가해자 격리, 피해자 보호 체계 개선과 같은 일부 조치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청이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에 아동학대를 포함하여 ‘관계성 범죄’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은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적 특성을 희석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의 대부분의 정책은 기존 제도의 연장선에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찰청이 이번 대책에서 발표한 정책 중 민간경호 서비스 연계와 CCTV 설치, 피해자 모니터링은 이미 시행 중인 제도들이다. 민간경호 서비스의 경우 국가가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져야 하는 책임을 민간에 전가한다는 문제가 있다. CCTV 설치와 피해자 모니터링은 폭력의 원인인 가해자를 처벌하고 격리하는 방향이 아니기에 선제적인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더욱이, 가정폭력처벌법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등 폭력을 상담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에 폐지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위탁을 경찰 단계로 확대하려는 방침은 문제적이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AI를 통한 재범위험성 평가 시스템과 피해자 자동신고 앱 개발인데, 경찰의 인식 개선 없이 기술만으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현장 경찰관의 역량 강화 방안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것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현장 대응 역량의 한계 때문이었다. 지난 6월 부평 가정폭력 살인사건에서 경찰은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남편도 집에 들어올 권리가 있다”라고 말하며 ‘긴급 임시조치 판단조사표’의 위험도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판단하였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종합대책에 제시된 ‘관계성 범죄 대응 지침을 간소화한 교육자료’ 배포와 ‘지역경찰 소식지’ 발간이 ‘관계성 범죄의 특성에 대한 업무 담당자들의 이해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변화를 위해서는 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과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계성 폭력’이 성차별적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폭력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과 여성살해는 가부장적 권력구조와 성역할 고정관념, 여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성차별적 통념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직시하지 못하면 근본적 해결에 이를 수 없다. 중앙경찰학교, 경찰대학교, 경찰인재개발원 등의 교육기관에서부터 이러한 관점에서의 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여 모든 경찰관이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장 상황을 시뮬레이션하여 일대일 교육하는 해외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예산과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찰의 전문 역량이 확보되어야 기술 도입과 같은 다른 제도들도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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