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한 정부의 임명식
- ‘모두’를 담지 못한 국민 대표단 기획에 부쳐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지난 15일, 제21대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행사가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라는 행사명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되었다. 국민 대표로 선정된 80인의 시민이 국민을 대표하여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하였다. 정부는 이들이 “역사적 순간을 상징하는 인물들과 각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평범한 국민들”로, 국민 주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명식에서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고,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하였다.
정부가 선정한 '주권자'를 대표하는 '평범한' 국민의 얼굴은 어떠한 모습인가.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고자 한 뜻깊은 기획의 실상에는, 성별 대표성과 다양성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대표 80인의 성별과 나이를 분석했을 때, 여성은 27.5%(22명)에 불과하고, 이 중 지난겨울,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장의 주역인 2030여성을 포함한 30대 이하 여성은 7.5%(6명)에 그쳤다. 여성 대표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현재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의 여성 인사 비율이 최초 목표치인 30%를 달성하지 못한 현황과도 겹쳐 보인다.
우리는 지난 6월, 취임과 함께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임명식에서 밝힌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 역시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이 약속들이 말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예산, 그리고 국정 전반에서 나타나야 할 때이다. 국민 임명식은 광장의 노래인 '다시 만난 세계'의 합창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정부가 진정 다시 마주해야 할 세계는 시민들의 다양성이 빛나는, 모두의 자리가 있는 세계다. 광장에서 성평등 민주주의를 외쳤던 여성, 페미니스트, 소수자 시민의 외침을 기억하고 성평등을 국가 운영의 핵심 가치로 실현할 때, 비로소 국민 모두를 ‘주권자’로 존중하는 사회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8월 19일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