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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여성가족부로 응답하라

- 여성폭력 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마주하며

 

8월 10일,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가 잇따르자, 경찰청은 교제폭력 사건에 직권으로 개입하고 '교제폭력 대응 매뉴얼’을 전국 시도청 및 경찰서에 배포했고,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수사 단계에서 적극 구속이 이뤄지도록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통해 8월 둘째 주에는 43건의 분석이 의뢰됐고 이 중 구속영장 16건이 신청되고 11건이 발부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격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은 채 수많은 여성이 살해당하고 나서야 수사·사법기관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참담하지만, 뒤늦게라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여성폭력 범죄 발생 후 피해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무수하다.

 

지난 7월 부산에서는 전 연인관계의 남성에게 폭력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폭력이 시작되었을 때 본인의 저항이 쌍방폭력으로 인정될까 봐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자와의 교제 당시 발생한 폭력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 가해자가 자신도 맞았다고 주장하여 쌍방폭력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5월 서울에서는 이웃에게 스토킹피해를 당한 여성이 긴급응급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어기고 강제추행을 하는 가해자를 막고 자신을 감시하던 CCTV 모니터를 부순 사건도 보도되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맞고소하였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통보되자 서울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는 피해자에게 지원이 중단되었음을 통보하였다. 폭력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어가 쌍방폭력이 될까 봐 우려하며 적극적인 방어를 할 수 없는 현실, 가해자의 역고소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폭력피해자로서 받던 지원이 중단되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사법 정의 실현은 피해자들에게 먼 이야기일 뿐이다. 가해자들에게 역고소가 피해자를 괴롭힐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7월 서울에서는 경찰이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의 주소지가 입력된 긴급응급조치 통보서를 가해자의 휴대전화로 보내는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이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또다시 주소지가 노출되고 말았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성폭력 사건으로 수감된 가해자의 출소 사실을 검찰이 3개월이 넘도록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건이 있었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출소 사실에 공황장애가 재발하였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은 두 사건 모두 담당자의 ‘실수’, ‘착오’였다고 밝히며 때늦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이러한 사후 조치만으로는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은 잠재울 수 없다. 수사‧사법기관이 피해자의 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범죄피해자로서 당연히 고지받아야 하는 주요 정보가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6일 연이어 발생하는 여성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 부처가 모여 제6차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열었다.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는 2022년 9월, ‘신당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처음 만들어졌고, 그간의 회의는 경-검이 참여하는 회의였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가 추가로 참석했다고 한다. 박우현 경찰청 형사국장 직무대리는 “관계성 범죄 대응은 피해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다 신속하고 촘촘해야 하고, 기관 간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3년간 6차례의 협의회가 이뤄지는 동안, 여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제야 처음으로 관계 부처로서 협의에 참여하였다. 여성가족부가 표류하며 관계 부처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동안, 여성폭력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수많은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다.

 

새로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가족부의 목적인 ‘성평등 정책 기획과 총괄, 젠더 기반 여성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된 관점을 기반으로 명확하게 추진하는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격리와 강력한 처벌뿐 아니라 여성폭력 범죄 피해 이후 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역고소의 문제가 있는 사례들, 수사·사법기관의 ‘실수’로 벌어지는 피해자들의 안전 위협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변화를 만들어 나갈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새로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당사자들과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제도가 되어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 포부에 걸맞게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의 기조를 바로 세우고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 정부도 책임 있게 나서기를 촉구한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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