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평] 스토킹 신고 후 피살, 매번 똑같이 실패하는 대한민국 – 정부는 여성폭력 범정부 종합대책 신속히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7월 26일, 의정부 용현동 소재의 일터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던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였던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 노동절 맞이 ‘일’과 연관된 여성폭력 상담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본부)의 2024년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867건 중 최소 170건이 ‘일’과 연관된 피해 사례로, 전체 상담 건수 중 19.6%를 차지, 다섯 건 중 한 건에서 일과의 관련성이 발견되었다. 그중 스토킹은 27.1%로 성폭력(59.4%)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조차 여성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중시하며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한 회사에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고, 반인권적인 노동자 학대가 보도되자마자 책임자를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터에서 살해당한 이 여성의 죽음 앞에 정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해 12월 퇴사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3월 14일에는 피해자를 찾아와 소란을 벌여 경찰의 경고 후 귀가 조치됐다. 5월 25일에는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 스토킹 경고장을 받았다. 7월 20일, 급기야 가해자가 집으로 찾아오자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신고했고, 경찰은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 후 긴급응급조치를 취한 뒤 검찰에 잠정조치 2호(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다”며 법원에 청구조차 하지 않았고, 경찰은 “‘앞으로 찾아가지 않겠다’고 반성했다”며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 방침으로 석방했다. 잠정조치 4호(1개월 유치장 유치)의 요건인 신체적·정신적 위해와 반복성이 충족되었음에도 수사기관 그 누구도 잠정조치 4호를 고려하지 않았다.
분노스럽게도 여성폭력 피해자가 신고, 보호조치를 받던 중 살해당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탄 납치살인사건(5월)’, ‘대구 스토킹 살인사건(6월)’, 그리고 이번 의정부 스토킹 살인사건(7월)까지 매월 똑같은 패턴으로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 그때마다 경찰은 ‘피해자가 사건 접수를 원치 않았다’, ‘피해자가 임시보호시설 입소를 거절했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누르지 않았다’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렸고, 검찰은 “반복의 위험성이 부족하다”며 잠정조치 청구조차 하지 않았으며, 법원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10년 이상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주거 현황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600쪽에 달하는 고소 보충서를 제출하며 가해자의 구속을 절실히 호소했지만 끝내 살해당한 ‘동탄 납치 살인사건’ 피해자의 절규가 아직도 생생하고,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며 숙였던 수사기관이 그 고개를 채 들기도 전인 지금, 또다시 국가는 피해자가 살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니, 막지 않았다. 이 나라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이것을 과연 국가라 부를 수 있겠는가.
국민 생명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상실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지금, 누가 국가를 믿고 신고하겠는가? 위험성 판단을 못하겠는가? 그럼 훈련된 인력을 확보하라. 현행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지 못하겠는가? 그럼 법을 바꿔라. 수사기관의 권한이 부족한가? 그럼 권한을 부여하라. 어떤 것도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여성폭력 범정부 종합대책 신속히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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