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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 대한 명확한 목적 의식 부재가 낳은 부적절한 지명과 부적합한 후보

-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어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다. 전 정권의 폐지 대상이었던 부처, 16개월이나 장관이 부재했던 부처. 이전 정부와 차별을 선언한 새로운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다시 이끌 장관을 지명했다.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장관의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 무엇보다 여성가족부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부처인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정책 기획·총괄, 젠더 기반 여성폭력 예방·피해자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2001년 여성부라는 명칭으로 출범했고, 가족, 청소년 업무를 이관받아 업무 영역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핵심 목적은 “여성정책의 총괄‧조정,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에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비전에 대한 후보자의 설명도, 이를 검증하려는 위원들의 질문도 인사청문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둘째, 여성가족부 장관은 ‘입장’이 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사회를 견인하는 부처다. 차별적 사회를 평등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총괄 부처의 수장은 무엇이 차별인지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선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한 바 있으며, 비동의 강간죄,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같은 핵심 사안에 대한 질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셋째,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 누구보다 “권력”과 그것의 입체적인 효과에 대해 기민해야 한다. 연이은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이후, 여성가족부에는 기관장 사건신고 전담창구가 설치됐다. 젠더 기반 여성폭력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하며,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은 그 원인과 결과에 “권력”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가족부에 전담창구가 설치된 것은 조직 내 “권력”에 의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피해자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창구다. 자정이 넘도록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남긴 단어는 강 후보자가 권력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갑질의혹’이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후보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번 정부가 그리는 여성가족부의 상이 명확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수많은 현안을 차치하고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라고 물은 사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이번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단서다. 인사청문회에 이르기까지 강선우 후보자의 행보를 보았을 때, 새 정부에게는 그가 이렇게 불명확한 여성가족부를 이끌기에 적합해 보였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기대와 전혀 다르다. 성평등한 사회, 여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기대는 본인이 바꿀 수 없는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것,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 피해를 입지 않는 것, 폭력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심과 비난 없이 공동체와 수사, 재판 과정에서 온전히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상을 재구축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안정감을 갖는 것이다.

 

이제 고작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었을 뿐이다. 정부는 여성가족부에 대한 상을 고쳐 그려라. 그리고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인사를 하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2025년 7월 15일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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