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부산지방법원에서 '56년 만의 미투'라 알려진 성폭력 정당방위 사건에 대한 재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는 1964년 강간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던 피해자인 최말자 님이 도리어 중상해죄로 기소되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건에 대한 재심으로, 2020년 최말자 님이 재심을 청구한 후 여러 번의 기각 끝에 드디어 5년 만에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정의를 바로잡는 재심의 첫 시작인 이번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964년 재판 당시 참고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며, 당시의 위성사진과 가해자의 의료기록 등을 파악하여 증거로 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피해자가 수사·사법부에게 입은 오랜 상처를 다시 들쑤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건 다름 아닌 검찰이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죄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검찰에서 사건이 뒤바뀌었다. 검찰은 피해자를 불법 구속하고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는 등 피해자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었으며, 가해자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등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하였다. 결국 검찰은 가해자의 강간미수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중상해죄로 기소하였다. 이렇듯 뒤집힌 정의에 앞장섰던 검찰이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아닌 과거 판결의 증인을 신문하겠다는 등의 태도로 임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뒤바뀐 채 56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의 삶을 완전히 부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반복하는 꼴이다.
최말자는 무죄다. 대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고, 이에 부합하는 직·간접적인 증거들이 제시되었기에, 피해자를 구제하고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재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미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으로 진행될 재심 공판은 자신들이 침해한 여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하고 지난 사법 절차상의 과오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6월 30일이다. 61년 전 잘못된 판결이 내려진 바로 그 법원에서 피해자는 무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검찰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 재판에 참여하라. 재판부는 신속하게 공판을 진행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응답하라. 이미 6만 6천여 명의 시민이 최말자 님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움직임에 서명으로 함께 했다. 우리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 [56년 만의 미투] 무죄 판결 촉구 서명 : https://forms.gle/5ZvqmPSbN38wnUM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