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4월 17일, 한국의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가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이 국가성평등지수를 측정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첫 하락이자 윤석열 정부 집권 1년 시기의 성적표다. 전년도에 비해 특히 낮아진 영역은 ‘돌봄’과 ‘양성평등의식’으로, 그 중 ‘양성평등의식’의 세부 지표인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성차별 경험률 3가지 모두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공언하던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역행의 결과물이 통계로 확인된 순간이다.

 

12.3 계엄선포 이후 광장에 나선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후퇴한 민주주의를 넘어 이제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 이후 펼쳐질 조기 대선을 앞둔 현재, 새로운 정부의 비전을 발표하는 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광장의 주역들이 요구한 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기 대선에 도전하고 있는 대부분의 후보는 성평등 공약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몸을 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 중 하나인 김동연은 ‘비동의 강간죄 개정’과 ‘낙태죄 개선 입법’을 공약으로 발표하며 성평등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으나, 정작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은 성평등 정책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발표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많은 이들이 대선에 도전하겠다며 경선에 참여하고 있으나, 윤석열 정권이 내세웠던 성평등 역행의 방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선 후보인 홍준표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에 맞서 ‘패밀리즘’을 확산시키겠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한동훈은 ‘비동의 강간죄’ 입법에 ‘억울한 사람을 많이 만들 수 있어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겨울 탄핵 정국 속에서 분노와 추위를 뚫고 울려 퍼진 광장의 요구는 분명하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차별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원했던 시민들을 등진 채 귀를 막고 갈등을 부풀리고 그 속에 숨는 정부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선을 준비하는 모든 정당과 후보들은 성평등 없이는 그 어떤 정치도, 민주주의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윤석열 탄핵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대선에 임하라.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을 발표하고, 진정한 ‘빛의 혁명’을 완수할 수 있는 로드맵을 그리는 대선후보에게 광장의 주역들은 응답할 것이다.

 

* 관련기사 : https://vo.la/BECQvB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42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8 인공지능 도입보다 경찰 인식 개선이 먼저다 – 경찰청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에 부쳐 - new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7 0
247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한 정부의 임명식 - ‘모두’를 담지 못한 국민 대표단 기획에 부쳐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0
246 [화요논평]여성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여성가족부로 응답하라 -여성폭력 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마주하며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0
245 [화요논평] ‘스토킹’, ‘교제폭력’, ‘강력범죄’, ‘여성살해’는 다른가? - 이재명 대통령의 ‘스토킹 엄정 대처 요구’와 정부·국회의 대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14 1
244 차별과 혐오로 인권을 훼손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0
243 매일 발생하는 여성의 죽음 앞에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없는 반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0
242 '가정사'인가 '인권 침해'인가, 가해자 당적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잣대 규탄한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전 대변인 가정폭력 사건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0
241 [화요논평] 스토킹 신고 후 피살, 매번 똑같이 실패하는 대한민국 – 정부는 여성폭력 범정부 종합대책 신속히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9 0
240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0
239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할 장관이 필요하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0
238 (입장문)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재심 사건 검찰 무죄 구형에 따른 한국여성의전화 입장문 "이제 법원의 차례이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0
237 이재명 대통령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0
236 [공동성명] ‘여성과 소수자’ 없는 국민주권정부, 강선우 장관 후보자 지명 즉각 철회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2
235 여성가족부에 대한 명확한 목적 의식 부재가 낳은 부적절한 지명과 부적합한 후보 -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7.17 0
234 [공동 성명] 다큐 ‘첫 변론’ 상영금지, 배상, 간접강제 1심 판결 당연하다 - 그 사망은 성폭력 피해자 탓이 아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25.07.17 0
233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수사기관은 어디에 서 있는가 – 고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 혐의 인정 회피한 경찰 규탄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6.11 2
232 [논평] 성평등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민주사회 실현의 기본 전제다 진해여성의전화 2025.06.11 2
231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제21대 대통령,  여성과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성평등 국정운영으로 응답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6.05 2
230 여성인권운동단체 활동 왜곡, 정치 도구화 하려는 조직적 행태를 고발한다! file admin 2025.06.04 5
229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 비하가 웃음거리인가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5.30 96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