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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로의 역주행, 성폭력 판결 이대로 안전한가?

 

 

발제: 이나리 (사)진해여성의전화 대표)

 

성범죄는 둘만이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증거를 마련하기 어려워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피해를 신고한 여성이 오히려 음란하고 행실이 부도덕한 여성, 거짓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여성이 되는 등의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신고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되고 2018년 전 세계적인 미투운동(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명예훼손, 무고죄 등의 2차 피해를 무릎 쓰고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피해자의 용기에 또 다른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려 피해의 증거가 되었다)의 결과, “성범죄사건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박정화 대법관의 판결(2018.10.)이 있었고, 이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과 함께 ’피해자다운 행동‘의 판결들은 많이 사라졌다. 2022년 성폭력 사건의 판결의 무죄 비율은 강간,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424명 중 1심에서 ‘전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319명으로 4.97%였다.(일반형사사건보다 높음. 2022년 전체 형사사건은 22만 3504건으로 이 중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원은 7016명(3.14%)(2023.10.8.세계일보))

그러나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의 퇴행, 역주행이 지속되면서 2024년 사법부의 성범죄판결도 달라지고 있다. 2024년 3월 6일 중앙일보의 단독보도에 의하면 천대엽 대법관이 지난 1월 4일 주심으로 선고한 대법원 판결이후 이를 인용하여 ‘두 달새 25건의 성범죄에 “무죄”선고가 내려졌으며 이중에는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사건도 5건이나 되는 등 6년만에 법원의 성범죄 사건 판결 흐름이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창원지역에서도 그러한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실제로 무죄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상담소의 의견에 따라 창원시에 있는 모든 성범죄사건을 모니터링할 수는 없었지만 3년치 창원시내 성폭력상담소가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사건 판결의 추이를 통해 그러한 흐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선고건수

유죄건수

무죄건수

무죄 비율(%)

2022년

104

98

6

5.8%

2023년

78

72

6

7.7%

2024년 1월~10월

54

43

11

20.0%

 

(자료제공:경남여성회 부설 통합상담소, 진해여성의전화 부설 진해성폭력상담소, 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창원성폭력상담소)

 

22년 기소된 사건의 무죄선고비율은 5.8%로 전국 평균치 4.97%보다 높았으며 23년 사건은 무죄비율이 7.7%로 22년보다 상승하였으며, 24년은 1월에서 10월까지만 해도 20%에 달하였다. 또한 11월 8일 또 한 건의 무죄가 추가되었는데 이를 보았을 때 24년 한 해 기소된 사건 중 무죄비율은 2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결과는 22년에 비해 344% 증가한 내용이며 23년에 비해서는 259% 증가한 것이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건수는 총 10건으로 그중 7건이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이었다. 또한 1심에서 유죄였던 건이 2심에서 무죄(창원지법315)로 판결된 것은 1건이었으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무죄가 선고된 건도 1건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은 22년 한 해 무죄율이 53%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다른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의 평균 21.88%보다 2배이상 높으며 이는 피해자다움의 요구 등 배심원들의 성폭력사건의 잘못된 통념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다.(22년 사법정책연구원))

 

이와 같은 판결의 쟁점은 무엇이며 이러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1)2018년 박정화 대법관의 성인지감수성에 의한 성범죄 판결 (3697회 인용)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출처: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2) 천대엽 대법관의 성범죄 사건에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

 

2018년 성인지감수성에 의한 판결에서 “법원이 성폭행이나 ~증거판단이라고 볼수 없다”는 것에 덧붙여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없이 인정해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 뿐만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며 해석을 제한했다. 또한 추행의 고의는 내심의 의사고 결국 간접사실로 증명할 수 밖에 없는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이 들 정도가 아니라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출처: 대법원 2024.1.4. 선고 2023도13081판결) 수정필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폭력사건들은 CCTV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진술이나 정황증거만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은 중요한 쟁점인데 인간의 말이라는 것은 진술 방식, 시점, 질문의 내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 피해자진술이 달라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명백한 증거가 없을시 가해자에게 유리한 무죄추정의 원칙의 적용은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가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2018년의 미투운동은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터라 1)에서 정황증거만 있고 직접 증거가 없는 피해자진술에 있어 피해자가 거짓으로 신고할 만한 이유가 없고 사건의 중요한 부분의 진술이 일치하고 그에 따른 정황증거들이 있다면 피해자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내리던 사건들이

2)의 판결이후 다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무죄추정의원칙)을 내리면서 성폭력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어려운 방식으로 성폭력피해의 특성을 무시한 채 과거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2024.3.6. 중앙일보)

 

실제로 24년 상담소가 지원했던 사건 중 무죄판결이 났던 사건도 판결문을 보면 위의 신문기사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1) “형사재판에서 증명력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유죄로 판단 가능하다. 그러므로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한다.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 있을 때 이를 유죄로 보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높은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 사건 증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추행 현장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들었다고 하므로 그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었다고 보기어렵다”

(2) 두 명의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해사실을 들은 사람이 있고 이로 인한 진단서가 있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가 없고 피해자가 사건 이후 금전적 요구를 한 적도 없는 점을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것이 아닌지 다소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고 하였으나, 다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고 목격자들이 목격한 것이 다른 점 등으로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다른 사건에서는 성폭력상담소장이 가해자와 피해자와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가해자가 가해사실 인정의 발언이 있었다는 증인진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증인의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으며, 설령 위 진술의 진술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4) 또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나 그러한 행위를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도 있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말이라는 것은 진술 방식, 시점, 질문의 내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성폭력사건은 피해자가 최초 진술을 하고 난후 재판과정에서 증인진술을하기까지 최소 1년이상이 걸리고 많게는 5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진술과 똑같은 진술을 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런데 재판장에서 처음과 다르게 진술하게 되면 진술이 달라졌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하고 목격자가 있음에도 목격자의 진술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신빙성이 의심받게 된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여러 명의 목격자가 있고 이들이 짜고 하는 거짓 증언이라면 오히려 비슷하게 진술할 것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그 순간 다른 것에 집중하거나 하면 각각의 목격자가 볼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판결들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더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성폭력사건을 신고한 모든 피해자의 사건이 기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성폭력피의자 3만1991명중 42.9%에 해당하는 1만 3740명이 기소되었다.(대검찰청, 2022년 범죄분석). 23년은 전체사건 기소율이 48.1%였다.(성범죄기소율은 성폭력범죄기소율이란 한 해 동안 성폭력범죄 피의자 중 검사가 약식 재판이나 정식재판을 청구한 비율) 최근 5년간 딥페이크성범죄의 기소율은 13.5%에 불과하며 올해1~8월 검찰에 접수된 사건은 222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7배 증가했지만 기소율은 19.01%에서 11.26%로 감소했다(법제사법위원회, 김승원)

 

이 말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 중 절반이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되고 있다는 것이고, 딥페이크성범죄는

10%만 피해자로 인정되어 재판을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성폭력 사건에서 증거입증이 어려운 사건들은 이미 기소 단계에서 절반 정도가 걸러진 채 재판으로 간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송치와 기소를 할 때는 범죄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약물이나 술, 잠든 경우 등의 준강간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을 보아 이전보다 300% 이상 무죄선고율이 올라간다면 이는 우리사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가 사법부의 재판에만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아니다. 실제로 직장내성희롱 사건의 성고충심의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 경찰들은 이와 같은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무죄판결이 높아지면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할 때부터 높은 증명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매년 이런 결과들이 쌓이게 된다면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여성들은 점점 안전해지고 있을까?

 

미투 이후 그 동안 참고만 있던 성범죄피해자들이 “더 이상은 참지않겠다’ 고 소리치며 거리에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데이트폭력, 스토킹사건, 디지털성범죄, 딥페이크성범죄 등 여성들을 위협하는 여성폭력들은 다양한 형태로 중복적으로 더 많은 사각지대를 가지고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에서는 가해자들이 집단화되고 더 교묘한 기술로 증거를 인멸하여 피해 신고조차 되지 않는 사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절반 정도만 기소된 사건마저 이러한 판결이 늘어난 현실에서 우리는 어디에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하는 것인가?

이와 같은 결과를 방치한다면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까?

또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해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해행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사태를 간과한다면 결국은 피해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고 결국에는 우리 가족, 우리 사회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안전한 창원시를 만드는 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성폭력 사건은 강간죄의 ‘폭행·협박’ 조항의 개정, 무분별한 감형 조항(반성문, 초범, 천사공탁 등), 높은 집행유예 비율, 2차피해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들과 함께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판결들과도 싸워야 한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를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내년에는 더욱 심층적으로 창원시의 재판결과를 모니터링하며 우리모두가 안전한 창원시, 성평등한 창원시를 만들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이는 여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만의 책임이 아닐 것이며 나아가서는 창원시민과 창원시가 함께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결과이다. 그리고 사법부는 성인지감수성을 배제한 판결이 오히려 성범죄를 양산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사법부 본연의 정의로운 사회조성을 위한 책무를 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각성해야 할 것이다.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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