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음에도 살해당한 여성들의 연이은 죽음에 분노하며
지난 8일, 경북 구미에서 한 30대 남성이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스토킹으로 세 차례나 신고했다. 두 번째 신고 이후 경찰은 법률에도 명시되지 않은 상담 및 교정 프로그램을 가해자에게 이수시켰고, 상담 기관의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만으로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상담 종료 후 2개월 만에 가해자는 피해자의 직장까지 찾아갔고, 세 번째 신고가 있은 지 엿새 만에, 100m 이내 접근금지 및 통신 금지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 만에, 피해자는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는 지난 9월, 부산 연제구에서 피해자가 여러 차례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경찰 신고 이후 10일 만에 가해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스토킹 등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한 수사/사법기관의 부적절한 조치는 늘 지적되어 왔다. 용혜인 의원실에서 제공한 2023년 스토킹 112신고 처리 현황을 보면, 스토킹 신고 건수 중 ‘현장 종결’로 처리한 사건 건수는 전체의 42%에 이른다.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잠정조치 신청 건수는 신고 건수 대비 32%에 불과하며, 그나마 16%는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다. 잠정조치 중 가장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는 가해자를 유치장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이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 신고 건수 중 3.7%만 신청되었고, 이마저도 법원에 의해 승인되는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수사/사법기관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생명까지 잃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2023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보도를 통해 집계한 '분노의 게이지 -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결과, 피해자(주변인 포함) 568명 중 96명(16.9%)은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살해당했다.
올해 5월, 연이은 스토킹, 교제 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고, 피해자들이 조속히 고통에서 벗어나 안 전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의 운영과 정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유형의 스토킹 행위나 그에 대응하기 위한 잠정조치 등 스토킹·강력범죄 대응체계의 개선·보완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여성가족부 차관은 "법무부·경찰청 등 관련 부처 및 전문가와 현장이 함께 참여하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여러 의견을 듣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지난 5월 이후, 법무부 장관은 제도의 운영과 정비에 어떤 최선을 다했는가. 장관 없는 여성가족부는 어떤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추진했는가. 버젓이 있는 법과 제도도 활용하지 않는 마당에, 도대체 언제까지 제도의 문제를 탓할 것인가? 피해자들 앞에 사죄하라. 그것부터 하라. 신고했으나 목숨을 잃는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있는 법과 제도를 최대로, 최고로 적용하라. 보완은 그 후에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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