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 공석 6개월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국회 여성가족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및 운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직후 전국 902개 시민사회단체가 여성가족부 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지 5개월 만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이어진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무산 후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삭감, 장관 임명 유예 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추진되는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정책 등을 수립·집행하는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다.
최근 장관 공석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여성가족부는 “정상적으로 소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러한가. 최근 몇 달간 데이트폭력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만 하더라도 거제 데이트폭력 사망사건, ‘바리깡’ 데이트폭력 사건, 인천 스토킹 여성 살해사건, ‘강남 의대생 여자친구 살인사건’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에서 ‘법·제도의 공백’, ‘처벌불원 의사’ 등의 핑계로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바로 어제도 20대 남성이 자신에게 이별통보를 한 여자친구를 차에 감금한 채 음주운전을 했다가 체포되었으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유로 석방되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참담한 현실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성가족부는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쉼터 입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존의 피해자 지원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재발방지 및 가해자 처벌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협업은 확인하기 어렵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책임 있는 태도도 보여주지 않았던 정부의 직무유기는 이뿐만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폭력 피해를 입고, ‘남성 혐오’적인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억지 논란에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이 정부가 한 것은 모든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고, 성평등·여성폭력 인식개선 사업을 위한 예산을 삭감하며 성평등 퇴보에 앞장선 것이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저출생, 고령사회 등을 관장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을 뿐 여성가족부의 향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11인이 여성가족부 폐지와 저출산, 인구정책, 청소년 및 가족 등의 사무를 관장하는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갈수록 퇴보하는 한국과 반대로 국제사회에서는 여성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영국에서는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가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 5년간 해당 범죄가 37% 가량 증가했으며, 이는 국가적 비상사태이므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여성폭력 실태 파악을 위한 통계조차 내지 않고, 심지어는 전담부처를 무력화시키려는 한국 정부는 느끼는 바가 없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총괄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하라. 성평등을 보장하고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총괄하는 성평등 전담부처를 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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