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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우리는 여성 인권의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다

- ‘여성’ 빠진 대통령 신년사에 부쳐

 

대통령 신년사는 한 해의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담는다. 후보 시절부터의 일관된 행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의 핵심은 ‘경제’와 ‘개혁’이었다. 성평등·여성 인권에 관한 언급은 전무했으며, 경제 성장을 위한 도구적 관점에서의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 마련”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갓 일 년 반을 넘긴 임기 동안,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심각한 여성 폭력 사건들과 이에 대한 정부 정책 부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새해를 시작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초의 풍경은 어둡기만 하다.

 

수사·사법기관은 여성 폭력에 대한 몰이해로 2024년 새해 벽두부터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여성 직원의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라며 폭행한 사건에서 검사가 피해자에게 “여중·여고에 다니면 페미니즘 이런 거 당연히 배우나?”라는 질문을 해 공분을 샀다. 지난 1월 5일에 발표된 ‘2023년 법관 평가’에는 성폭력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2차 피해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중국 국적의 성범죄 피해자의 증인신문 중 “왜 추행 부위가 더 자극적인 부위로 나아가지 않았는지”, “중국에선 이런 건 일도 아니지 않아요?”라고 질문하거나, 당사자가 원치 않은 무리한 조정을 강요한 경우였다.

 

지난 1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가해자, 3번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10년 이상의 형을 받은 전자감독 대상자를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로 분류하여 가해자가 출소한 후 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일정한 시설에 거주하도록 법원이 ‘거주지 지정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이다.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일부 가해자를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 조치나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강간죄 개정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닿아있는 정책 과제는 외면한 채, 이러한 정책에 골몰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이다.

 

한편, 진통 끝에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1월 20일부터 시행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료 면허가 취소된다. 그러나 국회는 개정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의료계의 눈치를 보며 면허 취소 사유를 완화하고 면허 재교부 기간을 축소하는 등의 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5년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는 793명(연평균 159명)이었으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처분 또한 자격 정지 1개월에 그쳤다.

 

지난 12월 30일과 1월 5일, 다방을 운영하는 두 여성이 “술만 먹으면 강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한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1월 7일에는 남자 친구로부터 상습적인 폭력 피해를 호소해 온 20대 여성이 추락해 사망했다. 1월 9일에는 길에서 처음 본 여성을 스토킹해 집에 여러 차례 침입한 남성이 구속기소 되었다. 끊임없이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통령 신년사에 드러난 올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는 여성 폭력 문제 해결의 의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의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정부가 세운 국정 운영의 그릇된 방향을 견고히 하고 있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여성 폭력과 성차별이 난무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 2024년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예정된 해이다. 국가는 변화를 염원하고, 지켜보며, 행동하는 시민들을 간과하지 말라. 2024년, 우리는 여성 인권의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다.

 

 

* 관련 기사: https://vo.la/UzBSo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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