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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는 '벼락' 징계로는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다

- '설치는 암컷' 등 연이은 정치권의 성차별 발언에 부쳐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19일 최강욱 전 의원이 한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다 ‘설치는 암컷’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당 차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징계 처분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뭐가 그렇게 잘못됐냐”며 “우리도 강하게 얘기할 수 있다. 왜 민주당과 민주 진영에선 늘 착한 척 행동해야 하는 거냐”는 발언을 통해 당의 처분에 대한 유감을 표했고, 현장에서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에 동조하며 웃었던 민형배 의원은 발언에는 문제가 없으며, ‘(당을) 공격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옹호성 발언을 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 맥락은 모호하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그 의도였다면 잘못을 낱낱이 짚는 것만으로 그러한 취지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의 부인 혹은 장모에 대해 ‘설치는 암컷’ 운운한 것은 불필요한 표현에 불과하다. 여성들을 비판할 때만은 사건과 아무런 상관 없이 해당 인물이 ‘여성임’을 호출하고, 이를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행태는 다름 아닌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나아가 여성들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의견을 발화하는 것에 관해 ‘설친다’는 비하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여성들이 유구한 차별로 공‧사 영역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 온 현실을 재생산하는 발화 행위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령에서 보듯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러한 사회 실현에 당원, 나아가 국민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정치인으로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이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것은 특정 당만의 문제도, 오늘날 갑자기 나타난 문제도 아니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후보를 ‘도쿄 아줌마’라고 표현한 사건, 같은 여성 후보에 대해 이낙연 전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엄마의 마음으로’ 일할 후보라고 표현했던 일 등 정치권 내 성차별의 역사는 유구하게 이어졌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도 한 의원실 관계자가 여성 당원에게 ‘젖소’라는 표현을 쓴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듯,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성향으로 수렴되지 않는 모두의 문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성차별, 성폭력이 드러날 때마다 각 정당은 서로를 비판하며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공허한 약속과 함께 보여주기식 징계로 일관했다.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처분의 경우에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징계 결과에 대해 ‘엄정한 대처’를 강조하였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좋아하는 선배라서 결정하기 정말 괴로웠다”며 최 전 의원을 옹호한 의원들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따져 들어가면 어디까지가 징계의 범주 안에 들어가느냐 꼬리를 물게 된다”는 옹색한 입장을 밝혔다. 이전에도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해당 의원에 대한 가중 처벌 없는 6개월의 당원 자격 정지와, 징계에 수반된 재발 방지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나아가 해당 발언을 옹호한 다른 당원들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설득도 없이 최고위원만이 합의해 벼락처럼 내린 징계로 ‘엄정 대처’를 운운하고 있는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무엇인지, 정당과 정치인들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은 무엇인지 정확히 짚지 않는 ‘벼락’ 징계는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못한다. 각 정당이 공당으로서 해야 할 일은 반복되는 정치권 내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반성하고, 당헌‧당규 및 조직문화를 정비할 뿐 아니라 구성원 인식 점검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평등한 사회 실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한 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국민, 특히 여성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00669?sid=100

https://www.mbn.co.kr/news/politics/4981415

https://www.mk.co.kr/news/politics/1088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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