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화요논평)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조치 중 발생하는 여성살해 사건이 벌써 몇 번째인가. 국가는 근본적인 신변보호조치를 마련하라. -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및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조치 중 발생하는 여성살해 사건이 벌써 몇 번째인가
국가는 근본적인 신변보호조치를 마련하라
-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및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발생 후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스토킹 범죄 대책에 관해 “신당역 사건 이전과 이후로 분명히 나눌 수 있다고 나중에 말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치를 준비하겠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그 발언이 무색하게,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스토킹으로 인한 여성살해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피해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어서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역시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가해자가 피해 여성의 아들을 살해하고 피해자를 납치·감금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인천에서도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하고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당역 사건 이전과 이후, 도대체 무엇이 나뉜단 말인가.
현행법상 스토킹 피해자는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을 할 수 있는 잠정조치 등을 통해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다. 위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잠정조치 등의 신변보호조치가 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해당했다. 신당역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을 하지 않았고,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라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의 피해자 유족의 말에 따르면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 반납 4일 만에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자진 반납한 것이라 해명해 공분을 샀다. 신당역 사건과 마찬가지로 본 사건에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어야 할 책임 주체인 국가가 도리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회피하고 있다.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에서 보다시피 스토킹 범죄에 있어 1건의 잠정조치 위반은 1명의 스토킹 피해자의 안전과 목숨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만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하고 있는가.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스토킹처벌법위반 단일 범죄 중 잠정조치 불이행죄로 재판을 받은 64건에 대해서 징역형 실형이 선고된 것은 15.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의 형이 선고되었다.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에 불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불이행죄를 관대하게 취급하여, 사실상 추가 범죄가 발생할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9월 19일,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다. 유족들은 엄연한 보복살인임에도, 가해자의 진술에만 따라 형량이 낮은 살인으로 기소한 검찰에 다시 한번 우려를 표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미온적인 대처로 고인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그의 죽음까지 안이하게 여기려고 하는 것인가.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본 사건을 엄중히 다뤄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라.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피해자가 사망 전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제가 다시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1년, 신고하고도 결국 살해당한 여성들의 죽음 앞에 국가는 정녕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국가는 더는 여성의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하라.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는 정말로 달라져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사건 엄벌 촉구 탄원서: https://vo.la/6Bqii
* 관련 기사: https://vo.la/ikODe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