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200일, 스토킹 처벌법 제정 2년
달라진 것은 없다
작년 9월 서울 신당역에서 여성이 목숨을 잃은 지 200일이 훌쩍 지났다. 피해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지만, 어떤 사회적 시스템도 그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이 여성의 죽음에 어떻게 응답했는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인 서울교통공사는 직원이 사업장에서 겪는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고, 관련해 대법원은 “동료 직원의 고의로 인한 가해행위 역시 사업장의 기계 기구 등의 위험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구체적으로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근무 중이던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라도 다른 직원의 안전을 위한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후속 조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심야당직 전면 폐지안 검토, 2인 1조 순찰 의무화 원칙, 경보기‧호루라기‧페퍼스프레이와 같은 호신용품 지급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심야당직 전면 폐지는 아직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고, 2인 1조 순찰의무화 원칙은 추가인력 고용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해 말뿐인 대책에 불과하다. 심지어 서울교통공사는 호신용품 사용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직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해 그마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도록 했음이 밝혀졌다.
한편, 법무부는 작년 10월, 본사건 발생 직후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연내 통과를 자신했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가해자 위치추적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을 토대로 스토킹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는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전부터 논의되었으나, 제정법에 반영되지 않았던 해결책을 그대로 담은 것에 불과하며, 그 외의 추가적인 조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국가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던 법무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개정안이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한 것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한 탓도 크다. 국회는 정부 개정안 포함 26개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빠르게 취합하고 논의해야 했지만 여러 관련 기관의 검토 요구에 대해 눈치만 보고 실질적인 대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제정 이후 지난 2년간 쏟아진 사회적 요구에 국회는 사실상 응답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4월 20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 2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정부·입법부의 책임 방기로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과 같은 여성 폭력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신당역 사건 직후에도 가정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직장에 쫓아온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해 12월에는 스토킹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여성을 가해자가 다시 찾아가 불을 붙여 살해를 시도한 일이 있었다.
여전히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며 책임자들에게 요구한다. 실질적으로 가해자의 행위를 중단시키고,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을 조속히 개정하라. 스토킹은 어디에서나 발생하며 이를 근절할 책임은 모두에게 있기에, '스토킹피해자보호법’ 개정으로 피해자 보호와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명백히 하라.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운용하고, 그 법과 제도의 공백에 책임을 돌리는 일은 결국 선언이 아닌 사람에 달려있다. 사건과 피해자로부터 배워라. 더 나아질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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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화요일 ‘화요논평’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