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과 임금차별이 ‘청년의 노동권 보호’로 해결 가능하다고?
- 고용노동부의 중소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에 부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노동권 보호를 위해 새마을금고와 신협 6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획감독은 지난해 9월 여성 직원에게 밥 짓기, 수건 빨래 등을 시킨 새마을금고의 성차별적 조직문화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하여 진행된 특별감독에 이어 실시한 것이다.
기획감독의 결과는 채용부터 직장 생활까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현장에서 당해온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기사에 따르면, 여성 직원의 손을 잡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회식 자리에서 백허그하는 행위 등 직장 내 성희롱 사례가 확인되었다. 또한, 기획감독과 함께 실시한 조직문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739명 중 22.9%가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고용차별과 임금차별 등도 존재했다. 가령, 면접에서는 외모평가를 당했고, 입사 후에는 남성 직원에게는 지급된 피복비를 받지 못하거나, 세대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조사 대상 중 15개소에서는 임신 중인 직원이 시간 외 근로를 하고, 동의 없는 야간·휴일 근무를 수행하여야 했다.
그러나 기획감독으로 밝혀진 사례 시정과 재발 방지를 포함하여,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책임 주체의 답변은 어떠한가. 작년 특별감독 때와 같이 고용노동부 장관은 “미래세대인 청년과 취약계층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겠다 발언하였다. 이같은 문제가 ‘여성’에게 일어난 ‘성차별’이라는 점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해결의 책임이 중대한 중소금융기관 중앙회의 임원 역시 이에 동조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언급했을 뿐이다.
새마을금고 등에서 드러난, 용납할 수 없는 사례들은 한국 사회 전반의 성차별과 그대로 닮아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운운하는 한국은 실상 OECD 성별 임금 격차 1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단 5%, 성격차지수 156개국 중 102위인 초라한 현실에 처해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졌던 ‘국민은행 채용 성차별’이나 ‘포스코 성폭력 사건’ 역시 성차별과 성폭력에 제대로 된 관점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이 사회의 단면이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분명한 현실을 한국 사회는 묵인하고 있는 꼴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추가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하는 근로감독을 추가로 실시한다고 한들,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정으로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성차별 쇄신’이 빠진 ‘조직 쇄신’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성차별적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조치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경력 단절, 고용상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일·생활 불균형 해소 등을 과제의 우선순위로 놓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선언이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여성들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온전히 대우받고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국가와 책임자들은 모든 책임을 다하라.
* 관련 기사 :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4606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