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계의 나열로 그친 ‘첫’ 여성폭력통계 잘못된 정책생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 29일, 여성가족부는 ‘2022년 여성폭력통계’를 여성가족부 누리집에 공표했다. 여성가족부의 설명대로 흩어져 있던 152종의 기존 여성 관련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으나, 여성폭력 관련 통계 구축의 책무를 명시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된 지 3년 만에 겨우 내놓은 결과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최초’로 내놓은 382쪽이나 되는 여성폭력통계 보고서에는 그 어디에도 기존 통계가 지닌 한계와 문제점, 통계로 본 여성폭력 현실에 대한 분석,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확한 현황 파악과 분석 없이 제대로 된 여성폭력 근절 정책 또한 존재할 수 없다. 최근 남성 가정폭력 피해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한 문화일보 기사는 이러한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자는 2021년 「전국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실적」을 인용해 전체 상담의 32.1%(8만 4471건)가 남성의 상담인 점을 들어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3명 이상은 남성’이라고 단언하였다. 나아가 이를 여성가족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남성 피해자를 위한 쉼터 지원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설명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해자 상담’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진행된다. 앞서 언급한 운영실적은 피·가해자 상담 전체를 대상으로 산출되도록 짜여있기 때문에 기자가 인용한 전체 상담에는 가해자 상담도 포함된다. 결국, 기자의 해석은 이러한 운영실적을 오독한 결과에 불과하다. 정책의 지향, 이에 따른 통계 산출 방식과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다면, 이러한 오독, 그리고 이에 기반한 또 다른 잘못된 정책생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성별 권력관계를 삭제하고 여성폭력을 다루려는 시도, 남성 피해자가 과대표 되는 문제, 여성폭력의 분절화 등 기존 통계의 집적 방식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특히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피해자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등 여러 유형의 폭력을 중첩적으로 경험하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기존 여성가족부의 「전국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성희롱 등 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실적」 통계는 폭력 유형을 1인당 하나만 집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방식으로는 여성폭력의 피해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여성폭력통계를 구축하는 것은 성별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폭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경향성을 분석하여 여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여성폭력통계 구축이 명시된 이유는 기존 통계가 여성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보완 및 개선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도 관계에 따른 여성살해 건수조차 집계하지 않는 나라라는 오명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단 한 명의 피해도 누락되지 않는 통계, 성별을 기반으로 한 범죄의 특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통계, 여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
* 관련 기사 :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74007.html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