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성소수자' 삭제될 수 없는 가치, 2022 교육과정 개정안 즉각 폐기하라.
-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에 부쳐
지난 11월 9일,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했다. 행정예고안에는 ‘성평등’ 용어를 삭제하는 대신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대체하고, ‘성소수자’는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대체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용어, ‘성평등’이 왜 갑자기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사용할 수 없는 용어가 되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성평등을 향한 긴 역사를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단적으로, 모든 UN 회원국은 2015년 제70차 UN 총회에서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해 인류가 공동으로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성평등(Gender Equality)’을 채택하여 정책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 '성평등' 용어를 삭제하는 것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근절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흐름에 완벽하게 퇴보하는 것이다.
또한,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에 성 소수자에 대해 교육하면 성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하는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고, 학교 내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다양성 배제를 통해 학교를 통제와 억압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학교는 사회적 상식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정하는 일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향키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상식으로 만들어온 ‘성평등’과 ‘성소수자’를 지우고 왜곡된 인식과 관념을 심어주는 개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월 27일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0~2024) 2021년 시행계획 실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내용 중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총 922건으로 집계되었고, 그중 학교 등에서 전체의 81%인 746건이 발생했다. 학교 안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성희롱, 성폭력의 기저에 성차별이 있음은 국제 사회의 상식이다. 이에 교육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혐오와 차별의 용어가 아닌 다양성과 포괄성을 명시하고 성평등에 기반한 여성폭력예방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교육과정에 명문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교육부는 행정예고안을 즉각 철회하라. 교육과정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보장되고 각 사람이 자신의 존재 자체로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보장될 수 있음을 익히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성’을 포용하고 ‘성평등’한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29일까지며, 개정안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교육부에 우편, 팩스,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교육부 www.moe.go.kr)
*관련 기사 :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21114152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