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불기소라니!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제대로 처벌하라
지난 10월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불법촬영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었음에도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다는 이유로 검찰이 가해자를 불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신의 불법촬영 범죄를 피해자와의 ‘놀이 중 발생한 실수’라 주장한 가해자의 변명을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불법촬영을 ‘성적인 장난’ 정도로 여기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다를 바가 없다.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와 불법촬영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N번방 방지법’ 제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으나, 여전히 불법촬영 범죄는 만연하고 처벌은 요원하다. 초등학교 교장이 불법촬영을 한 뒤 경찰 신고를 방해한 사건, 소방관이 시민을 불법촬영하여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고 성적 모욕을 일삼은 사건이 최근 이슈가 되었으며, 법원이 불법촬영 및 성착취물을 제작한 고3 가해자를 ‘모범생’이라며 선처한 사실 또한 알려졌다. 길거리에서 불법촬영 범죄현장을 목격해도 제재는 커녕 함께 웃고 용인하는 수많은 가해자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불법촬영을 비롯하여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처벌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피·가해자가 연인, 즉 친밀한 관계였던 점을 근거로 ‘(함께 사진을 찍던 중) 실수로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가해자의 범죄를 합리화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대한 수사기관의 몰이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회 여성인권상담소에서 발표한 상담 통계에 따르면, 2차피해 경험을 단독 항목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느냐’, ‘별것도 아닌 일로 그런다’, ‘오해한 것이 아니냐’며 도리어 피해자를 의심하고 폭력을 축소하는 행태는 지속해서 이어져 왔다. 이는 가해자의 오랜 통제로 폭력을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대응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수사기관은 또다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앗아갔다. 언제까지 '친밀성'을 핑계로 인격을 공격하는 심각한 범죄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사적인 일”로 바라보고 가해자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폭력이 더욱 드러나기 어려운 점,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은 피해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가중처벌 하라.
2021년 11월 16일
한국여성의전화
* 관련 기사 : https://bit.ly/3kGfcCD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