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를 양성하는 사회
- 가정폭력 옹호하는 변호사, 가정폭력 저지르는 구청장
지난 7월 공익법무관 연수에서 강의하던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가정폭력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니 나도 때리고 싶더라’, ‘아내가 맞았으면 남편이 무조건 유책배우자냐’는 등 가해자의 편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탓하고 폭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강사가 재직 중인 법률구조공단은 국민에게 법률상담, 소송대리 등 법률적 지원을 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법률구조 대상자 중에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도 포함된다. 즉, 여성폭력 피해자의 법적 권리 보장과 사건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할 공공기관 종사자가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사소한 문제’로 인식하고, 가해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본 사건에 대해 법무부가 해당 변호사를 강사에서 제외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현재까지 법률구조공단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을 집행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에 가로막혀 가정폭력 피해자가 존재하는 법과 지원제도조차 제대로 접근·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가정폭력을 신고해도 “남편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마세요”, “별것도 아닌 일로 그런다”며 피해자를 비난하고(2020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법원 관계자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소송을 진행한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대면조사를 강요하며 “이렇게 남편이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혼을 하셔야겠냐”고 말한다. (2021 이혼소송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토론회)
얼마 전 아내를 폭행하여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서울 강동구의 구청장은 사건에 대해 “가정사로 물의를 일으켜 부끄럽다. 아내와 오해가 있었으며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가정폭력을 사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폭력을 정당화하였고, 가해자의 전형적인 변명에 수사기관은 사건을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가정보호사건 의견으로 송치’함으로써 화답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강동구청장은 마땅히 사퇴하고, 더 강력한 법의 처분을 받아야 하며,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따른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 사로잡힌 발언들이 반복되고, 가정폭력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일부 경찰, 공직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등을 위하여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을 징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가정폭력에 대한 공공기관의 전체 인식 및 체계 점검, 성 인지 감수성과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성 교육, 나아가 ‘가정유지와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폭력처벌법 등 제도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지 말라. 가정폭력은 범죄이며, 단 한 번의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법무부, 법률구조공단,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대응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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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