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이 아동의 ‘발달과정’이 될 수 있는가
지난 11월 29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되었고, 이 게시글은 현재 68만 명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피해자의 부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자신의 딸이 경기도 성남시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겪은 피해 상황을 알렸다. ‘같은 반 또래 아동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습니다.‘, ‘다시는 저희 아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피해 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월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이번 의혹을) 성폭력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발달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되었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본 사건에 대해 '발달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과도한 표출' 따위의 표현을 할 수 있는가. 가해자의 연령이 6세일지라도, 본 사건을 제대로 규율할 수 있는 법률상의 규정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본 사건은 피·가해자가 존재하는 성폭력 사건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장은 성적 욕망 또는 놀이나 장난의 문제에서 이제는 발달과정이라는 말까지 더하면서 성폭력을 은폐·왜곡하고, 이 사회에 활개 치는 강간문화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어른'으로서의 면모가 지극히 돋보인다.
연령을 막론하고 강간문화가 활개치는 이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가해행위에 대해서 “과도하게 표출되는 때”로 진단되는 몰지각한 행태는 없어야 한다. “아동의 발달과정"을 거론할 만큼 이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가 있다면, 아동의 복지와 교육을 관할하는 기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와 성남시,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에서 반복되었던 성폭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점, 알려진 시점에서도 성폭력을 오인하고 은폐하려는 시도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를 더욱 뼈아프게 성찰하고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재범 방지에 책임을 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