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미투운동에 나섰던 여성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제대로 판결하라
지난 주,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가해행위를 증언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기자 등을 상대로 10억7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본인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준 것을 뉘우친다’ 입장을 발표한 이후 4개월만의 일이다. 성폭력을 저질러 스스로 명예를 훼손한 자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편 7월 27일에 열렸던 안희정 성폭력 사건 집중심리 결심공판에서 안희정 피고는 ‘어떻게 지위가 타인의 인권을 빼앗을 수 있습니까?’라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끝까지 성폭력이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행보는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은 커녕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 그대로다.
사회 곳곳에서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이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오랫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왔다. 피해자의 호소는 묵살되고 은폐되기 일쑤였다. 결국 미투운동은 ‘사회의 시스템이 아닌,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촉구할 수 밖에 없게 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드러냈다.
성폭력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성폭력이 발생하고 용인되는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으며,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위와 같은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적절한 법적 해결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피해자를 고립시키기 위해 가해자가 명예훼손 및 무고 등으로 역고소를 남발하고,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가해자의 변명에 쉽게 감정이입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산하는 판결은 재고되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감히 앞에 나서라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권유할 수 있을까?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와 불평등한 성별권력구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 그리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감 있는 사회의 응답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모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제대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