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논평 논평입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18.03.30 14:34 조회 수 : 190

우리는 보호가 아닌 권리를 원한다

국회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헌법 원리로서 국가의 목표로 명기되고,

여성대표성 확대 등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권리목록들을 담아

‘여성의 삶이 바뀌는 개헌안’을 만들기 바란다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었다. 앞서 발표한 개헌안 요지에서 예상하였던 바, 대통령 개헌안은 ‘성평등’과 관련해 낙제점을 면치 못하였다.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헌법적 근거는 마련하였으나,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 대표성 확대조항은 실종되고, 여성들은 수동적인 보호대상으로 타자화시키고 사회적인 약자로 범주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진전된 논의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개헌안이다.

첫째,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은 단편적인 정책 입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젠더변혁적인 방법의 통합적 성주류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의 근본규범인 헌법에서부터 ‘실질적 성평등 사회실현’을 헌법 원리와 국가 목표로 설정하여 하위 법령과 제도, 정책에 스며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 총강, 개별 기본권 조항 어디에도 이러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그동안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계는 모든 영역에서의 심각한 성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의 책무 규정을 헌법에 신설할 것을 주장해 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선출직과 임명직 등의 공직진출 및 직업적, 사회적 모든 영역에서의 남녀의 동등한 참여 보장을 강조해 왔다. 여성 대표성 확대는 여성계 뿐만 아니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국회 여‧야까지도 모두 공감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헌안에서 이 내용은 누락되었다.

셋째, 대통령 개헌안은 제33조 제5항 후문에서 여성의 노동을 현행 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문제이다. 여성을 그 자체로 약자로 타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당당한 시민권을 가진 주체의 권리로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개헌안은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차별금지와 보호를 한 세트로 묶어 임신, 출산,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대신 보호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영역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는 과정인 임신, 출산, 육아를 여성의 역할로 한정하고 보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돌봄 민주주의의 실천을 통해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특별한 보호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한샘이나 국민은행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입직에서부터 여성노동권을 가로막고 있는 성차별에 대한 엄중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넷째, 대통령 개헌안 제39조에서 혼인과 가족생활 관련 규정을 그대로 존치해, 1인 가구 증가와 비혼율 증가 등의 지난 30여 년 간 급격하게 변화로 요청되는 다양한 가족구성원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헌법을 고수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국가 정책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외면하였고 소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배제되는 국민을 소외시켰다. 또한 제11조 제1항 차별사유에서도 ‘성별·종교·장애·연령·인종·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만을 열거하여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누락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회피하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설득 의무를 방기하였다.

요컨대, 대통령 개헌안은 젠더와 실질적 성평등에 대한 깊은 성찰없이 막연한 보호주의를 그대로 온존시킨 채, 모든 부분에서의 대표성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눈감아 여성에게는 일상에서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권력은 줄 수 없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현 정부의 여성들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여성 정책과 성평등 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헌법원리로서 국가의 목표로 명기되고, 여성대표성 확대, 성과 재생산권 보장, 가족 다양성 반영 등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권리목록들을 담아 ‘여성의 삶이 바뀌는 개헌안’을 만들기 바란다. 그리하여 6월 촛불개헌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완성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땅에 떨어진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2018년 3월 2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4 이재명 대통령의 납작한 성인지 인식 경청, 공정, 신뢰를 토대로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3
253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은 여성폭력 근절에서 시작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3
252 조국혁신당은 성폭력 사건을 ‘리스크’로 관리하려는 태도를 멈춰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4
251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환영한다. 61년 만의 재심 무죄 판결은 최말자와 우리 모두의 승리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1
250 민원을 빌미로 혐오를 확산하고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진주시를 규탄한다! - 진주여성민우회 ‘2025 모두를 위한 성평등’ 연속강의에 대한 보조금 취소 행정에 부쳐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04 36
249 [논평] 차별금지법에 대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을 환영하며, 이재명 정부와 22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04 34
248 인공지능 도입보다 경찰 인식 개선이 먼저다 – 경찰청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에 부쳐 -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7 51
247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한 정부의 임명식 - ‘모두’를 담지 못한 국민 대표단 기획에 부쳐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29
246 [화요논평]여성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여성가족부로 응답하라 -여성폭력 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마주하며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33
245 [화요논평] ‘스토킹’, ‘교제폭력’, ‘강력범죄’, ‘여성살해’는 다른가? - 이재명 대통령의 ‘스토킹 엄정 대처 요구’와 정부·국회의 대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14 33
244 차별과 혐오로 인권을 훼손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32
243 매일 발생하는 여성의 죽음 앞에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없는 반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35
242 '가정사'인가 '인권 침해'인가, 가해자 당적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잣대 규탄한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전 대변인 가정폭력 사건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26
241 [화요논평] 스토킹 신고 후 피살, 매번 똑같이 실패하는 대한민국 – 정부는 여성폭력 범정부 종합대책 신속히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9 28
240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5
239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할 장관이 필요하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2
238 (입장문)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재심 사건 검찰 무죄 구형에 따른 한국여성의전화 입장문 "이제 법원의 차례이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0
237 이재명 대통령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38
236 [공동성명] ‘여성과 소수자’ 없는 국민주권정부, 강선우 장관 후보자 지명 즉각 철회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32
235 여성가족부에 대한 명확한 목적 의식 부재가 낳은 부적절한 지명과 부적합한 후보 -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7.17 3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