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논평 화요논평입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18.02.14 12:01 조회 수 : 199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가 성폭력이 아니라니]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우철 부장판사)는 성폭력 고소에 대한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1심에서 선고한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는 성관계 당시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성관계가 내심에 반해 이뤄진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강압적인 수단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상식을 가진 A씨는 단순히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와 강압적 수단에 의해 이뤄지는 강간의 차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가 B씨를 고소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는 허위고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 판결은 ‘극도로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문제적 ‘정조’관념에 기반한 것일뿐더러, 성폭력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판단하는 판례와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성폭력 신고/고소에 대해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어떠한 성폭력도 저질러지거나 시도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입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으로 무고를 판단했으며, ‘항거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강간이라는, 판례와 상식으로 부정당하고 있는 강간의 최협의설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무고’가 아닌 ‘강간’을 판단했다.

 

성폭력 신고율 2.2%(여성가족부,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 강간 불기소율 47.38%(법무연수원, 2016 범죄백서), 그리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미처 이야기하거나 신고하지 못했던 성폭력피해경험들을 재판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본 판결이 성폭력 신고율을 낮추고, 강간불기소율을 높이고, 결국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말하기를 가로막아 우리 사회의 성폭력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 자명하지 않겠는가.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과 무고에 대한 왜곡된 통념과 해석으로 점철된 최악의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다. 이해할 수 없으면 외워라.

 

* 관련기사 : https://goo.gl/CSPJB3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2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4 이재명 대통령의 납작한 성인지 인식 경청, 공정, 신뢰를 토대로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3
253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은 여성폭력 근절에서 시작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3
252 조국혁신당은 성폭력 사건을 ‘리스크’로 관리하려는 태도를 멈춰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4
251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환영한다. 61년 만의 재심 무죄 판결은 최말자와 우리 모두의 승리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25 21
250 민원을 빌미로 혐오를 확산하고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진주시를 규탄한다! - 진주여성민우회 ‘2025 모두를 위한 성평등’ 연속강의에 대한 보조금 취소 행정에 부쳐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04 36
249 [논평] 차별금지법에 대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을 환영하며, 이재명 정부와 22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9.04 34
248 인공지능 도입보다 경찰 인식 개선이 먼저다 – 경찰청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에 부쳐 -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7 52
247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한 정부의 임명식 - ‘모두’를 담지 못한 국민 대표단 기획에 부쳐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30
246 [화요논평]여성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여성가족부로 응답하라 -여성폭력 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마주하며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8.20 33
245 [화요논평] ‘스토킹’, ‘교제폭력’, ‘강력범죄’, ‘여성살해’는 다른가? - 이재명 대통령의 ‘스토킹 엄정 대처 요구’와 정부·국회의 대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14 34
244 차별과 혐오로 인권을 훼손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32
243 매일 발생하는 여성의 죽음 앞에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없는 반응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36
242 '가정사'인가 '인권 침해'인가, 가해자 당적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잣대 규탄한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전 대변인 가정폭력 사건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8.06 26
241 [화요논평] 스토킹 신고 후 피살, 매번 똑같이 실패하는 대한민국 – 정부는 여성폭력 범정부 종합대책 신속히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9 29
240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6
239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할 장관이 필요하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2
238 (입장문)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재심 사건 검찰 무죄 구형에 따른 한국여성의전화 입장문 "이제 법원의 차례이다"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5 31
237 이재명 대통령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38
236 [공동성명] ‘여성과 소수자’ 없는 국민주권정부, 강선우 장관 후보자 지명 즉각 철회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5.07.22 32
235 여성가족부에 대한 명확한 목적 의식 부재가 낳은 부적절한 지명과 부적합한 후보 -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5.07.17 3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