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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화요논평입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18.02.14 12:01 조회 수 : 173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가 성폭력이 아니라니]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우철 부장판사)는 성폭력 고소에 대한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1심에서 선고한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는 성관계 당시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성관계가 내심에 반해 이뤄진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강압적인 수단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상식을 가진 A씨는 단순히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와 강압적 수단에 의해 이뤄지는 강간의 차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가 B씨를 고소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는 허위고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 판결은 ‘극도로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문제적 ‘정조’관념에 기반한 것일뿐더러, 성폭력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판단하는 판례와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성폭력 신고/고소에 대해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어떠한 성폭력도 저질러지거나 시도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입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으로 무고를 판단했으며, ‘항거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강간이라는, 판례와 상식으로 부정당하고 있는 강간의 최협의설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무고’가 아닌 ‘강간’을 판단했다.

 

성폭력 신고율 2.2%(여성가족부,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 강간 불기소율 47.38%(법무연수원, 2016 범죄백서), 그리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미처 이야기하거나 신고하지 못했던 성폭력피해경험들을 재판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본 판결이 성폭력 신고율을 낮추고, 강간불기소율을 높이고, 결국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말하기를 가로막아 우리 사회의 성폭력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 자명하지 않겠는가.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과 무고에 대한 왜곡된 통념과 해석으로 점철된 최악의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다. 이해할 수 없으면 외워라.

 

* 관련기사 : https://goo.gl/CSPJB3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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