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은 당신들의 ‘사과’ - 공직자·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에 부쳐]
2만 여명의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이 전국의 초·중·고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참여한 데 대해, 지난 9일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의원이 “조리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 되어야 하는 거냐”라는 등의 반여성적 비하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11일, 이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의미는 엄마와 같은 뜻”, “어머니가 안 계시는 밥상은 허전한 밥상”이라는 등 횡설수설하는 사과로 더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재차 드러낸 이 의원의 사과는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확실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는 지난 대선 시기 “남녀가 하는 일은 따로 있으며 하늘이 정한 것”,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이에 대해 사과한 일이 무색하게도, 연이어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성폭력범죄에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촉구를 받았다. 당시 홍 대표는 대선토론 방송에서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12년 전에 이미 공개되어서 고해성사까지 하고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것은 참 그렇다”고 말하며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성차별적 행태를 끊임없이 갱신했다. 결국 홍 대표는 대선후보 사퇴는커녕 지난 3일 당대표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로 점철된 글들을 수차례 책으로 펴냈고, 이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저서의 내용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던 자를 행정관으로 발탁한 청와대에서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여성 비하와 성차별적 발언, 그에 대한 진정성 없는 사과와 끊임없는 문제의 반복은 사실 익숙한 일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04년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고, 이에 대해 2015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정폭력 원인이 술에 있다 하려다 불필요한 말이 나왔다’는 취지의 부적절한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참고:http://herstory.xyz/items/show/164159]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농담이었다”, “성매매 업소가 아닌 발마사지 업소였다”,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해괴한 해명을 쏟아냈다.[참고:https://hotline.or.kr:41759/10586] 이후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종합 대책으로 낙태 방지 정책을 시행하는 등[참고:https://hotline.or.kr:41759/10668]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국정 수행의 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파문 발언’에 비친 성차별적 의식은 ‘사소한 문제’, ‘실수’로 치부되어 왔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징계를 받기는커녕 화려한 경력에도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성차별’, ‘여성비하’, ‘여성혐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함의 역사는 오늘의 이언주, 홍준표, 탁현민을 만들어냈다. 진정한 사과는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수반할 때 완성된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정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라면 그 책임이 더욱 엄중할 것이다.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예의주시 되는 이유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