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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성명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탄압은 사과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경찰청장은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이용해 불법적인 조사를 한 동대문 경찰서장을 징계하라!

언론에 따르면 또 다시 경찰이 집회에서 연행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 집회 참가자들은 입감 당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당해 속옷을 탈의한 상태로 조사를 받고, 40시간정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때에도 연행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를 벗도록 강요한 적이 있다. 이는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속옷 탈의 조처는 위법 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권 침해·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또한 동대문 경찰서 수사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한 경찰관이 지구대에 있다가 수사관으로 부임한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돼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 위반임을 인정한다. 앞으로 직원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찰은 여성인권 탄압인 위법행위를 ‘실수’로 치부하며 책임을 초임 담당 수사관에 떠넘기려고 했다가 여론에 밀려 경찰서장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경찰서장은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하는데 경찰서장이야 말로 이 사건의 책임자로서 징계의 대상이다.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에서 담당 수사관 한 명이 규정을 몰라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을 때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더욱이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인데 또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경찰이 성적 수치심을 이용해 여성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닌 지 의심스럽기 까지 하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무능함으로 비롯되었다. 그래서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들을 수장시킨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에 분노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진실과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불법 연행 및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 여성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경찰청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이 사건의 책임자인 동대문 경찰서장을 징계하라!

- 연행, 조사과정에서 여성들에게 가하는 성적 수치심을 비롯한 성적 폭언, 폭행을 즉각 중단하라!

-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연행된 시민들의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인권탄압이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라!

- 세월호 사건에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모든 집회와 행사를 보장하고 연행된 시민들을 모두 석방하라!

2014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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