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와 705개 인권·시민단체는 2019년 12월 18일,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본 사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정의롭게 해결되기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날 한국여성의전화는 김학의, 윤중천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고소와 함께 김학의, 윤중천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검찰을 직권남용죄로 공동고발(한국여성의전화 외 36개 여성단체)했습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공동변호인단과 피해 당사자(대독) 등 참가자 7인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먼저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의 최현정 변호사는 윤중천 1심 판결 선고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짚었습니다.
■ 윤중천 1심 판결 선고의 문제점
첫째,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종속되어가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내용과 정도의 피해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실, 그러한 폭력은 피해자가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하거나 벗어나고자 할 때면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음.
둘째, 피해자 진술의 사소한 불일치나 누락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반면, 피고인 및 피고인측 증인들의 진술 불일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
셋째, 증인들의 진술 중 사실에 관한 진술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인정하여야 함에도, 그에 대한 증인들의 가부장적 사고에 기반한 평가를 기초로 판단한 문제가 있었음.
더불어 최현정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고소 요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 김학의, 윤중천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고소 요지
김학의, 윤중천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고소를 하는 것은 새롭게 추가된 범죄사실이 아니라 피해자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진술했으나 이번에 기소되지 않은 범죄 사실들(윤중천에 대하여 12건, 김학의에 대하여 12건)을 고소하는 것임.
본 재고소는 검찰이 다시 불기소처분을 하더라도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임. 따라서 1심 재판부는 검찰에 책임을 미루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법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촉구함.
본 사건의 피해 당사자는(권오선 한국여성의전화 운영지원국 국장 대독) 1심 판결이 "저보고 그냥 죽으라고, 우린 너한테 예의상 할 만큼 했으니 알아서 목숨 끊고 세상 조용해지게 죽으라"고 하는 것으로 들렸다며, 살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이같은 고통에도 피해 당사자가 재고소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잘못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13년이 된 지금, 이제라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믿음에 응답하도록 촉구하는 정선영 수원여성의전화 대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 본부장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의 이찬진 변호사는 검찰을 직권남용으로 공동고발한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 검찰 직권남용 공동고발 요지
2013년, 2014년 진행된 2차례 검찰 조사는 부실을 넘어 사건의 실체를 덮는 수준의 은폐 수사였음. 문제적 1심 판결 역시 이에 기인한 결과로, 성폭력 범죄자들인 윤중천, 김학의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한 처벌조차 어렵게 만든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
수사검사들과 이들로 하여금 부실한 수사를 넘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 축소하도록 자신의 공무상의 권한을 일탈하여 권한을 남용한 관계자들을 엄정히 조사하여 책임이 있는 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임.
이번 공동고발은 실추된 수사기관의 대국민 신뢰를 제고함과 아울러, 늦었지만 사법 정의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와 같은 인권유린적인 성폭력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취지임.
또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우려돼 경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었음. 특검이나 공수처 등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실질적 진실 규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됨. 이러한 상황은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 검찰에 모든 수사권한이 집중되어서 수사농단이 될 수 있는 치명적 흠결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고칠 것인지와 맞닿아 있음.
이어진 퍼포먼스에서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경찰청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검찰 출신의 가해자를 비호하기 위해 스스로 직권을 남용했던 검찰, 피해자의 인권을 철저히 침해했던 검찰, 마음만 먹으면 사건을 얼마든지 은폐하고 축소할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준 검찰. 이러한 부정의가 이 사회에 더 이상 용납되어서 안 된다며, 본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수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1월 10일, 한국여성의전화는 검찰의 직권남용 고발인으로 첫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본 사건은 2013년, 2014년 두 차례의 검찰 수사, 2018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2019년 특별수사단의 재수사, 그리고 법원의 판결을 거쳤음에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지난한 사건 해결 과정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