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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수사기관은 어디에 서 있는가 – 고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 혐의 인정 회피한 경찰 규탄한다

 

2025년 6월 10일, 경찰은 고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을 ‘공소권없음’으로 종결했다. 9년이라는 시간 끝에 어렵게 고소를 결심했던 피해자는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가 기재되어 성폭력 사건의 구체적 진실이 법적으로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의 범죄 혐의 부인과 배치되는 영상, 문자 등 여러 객관적 증거를 나열하면서도, 피의자의 사망을 핑계로 진실에 대한 판단을 멈추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과거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경험했듯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또한 유사한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올바른 대응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의 결정으로 피해자는 또다시 침묵을 강요받게 되었다.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수사기관은 어디에 서 있는가.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무로 돌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10여 년의 세월과 불이익, 보복, 비난에도 진실을 지켜 낸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가 정의롭게 응답하길 촉구한다.

 

2025년 6월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 피해자 입장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사회가 저는 너무 야속합니다

 

10년을 참아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10년의 세월을 스스로 그리고 가족의 도움으로 견디고 인내해 왔습니다.

미디어에서 10년 동안 가해자가 떵떵거리며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보하고 다닐 때도 그와 반비례하듯 피해자인 저는 늘 그늘진 곳에서 숨어지내기 급급했습니다.

10년 동안 저는 원래의 저와는 다른 모습으로 많이 변했고 밝았던 모습들이 점차 어두워지곤 했습니다.

우울증과 조울증 약을 먹어야했고 그 피해로 인하여 제 20대는 온통 얼룩져버렸고, 수치스러움을 견디며 사는 사는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원한 삶이었을까요? 이게 온전히 제 선택으로 살아왔던 삶이었을까요?

故 장제원은 2015년 11월에 범죄를 저질렀고 그 피해를 25살에 불과했던 어린 제게 모두 떠안겼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잃게 되었고 밝았던 제 모습을 잃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10년 뒤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지 못한 채 DNA 채취 거부와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끊어냈습니다. 너무 화가납니다. 저는 그의 잘못으로 10년을 고통속에 살았는데 단 한 번의 경찰조사를 받은 후 죽음으로 증거를 인멸해 버렸습니다.

 

저는 준강간치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장제원은 준강간치상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그동안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약물치료 및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며 제 가족의 격려로 겨우겨우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목숨을 날파리처럼 여기는 장제원과는 다르게 저는 피해 이후에도 제 삶을 책임지고 살아오려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옥같던 2015년 11월 그날이 제 인생 대부분에 영향을 끼쳤으며 많은 것을 바꿔놨습니다. 더럽고 충격적이었던 그 상황을 제가 휴대폰에 담고 보관했던 것은 저를 보호할 수 있을 때 명확히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던 것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났습니다.

 

제가 제출한 증거들은 종이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방적인 가해행위를 한 가해자가 수사절차조차 일방적으로 중지시켜 버렸고,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결정을 피해자인 저의 결정보다 존중하는 처분을 내려버렸습니다. 화가 납니다. 피해자인 저에게는 너무나 불합리한 처사입니다.

 

왜 준강간치상의 혐의가 밝혀졌다고 밝혀주지 않는 것입니까?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고소하기 전과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건 결과를 보고 뉴스를 읽으며, 10년동안 저는 누굴 위해 참아왔던 것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꽃답고 아름다웠을 내 20대를 이용했던 가해자 장제원이 사망하면 성폭행 범행이 없던 일이 됩니까? 죽음으로 도망가버린 장제원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가 선고받고 죄값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고, 저도 그 과정을 통해 회복되고 싶었습니다. 10년만에 이제야 살아보겠다고 용기내었는데 결과가 너무 비참합니다. 가해자는 죄를 받지 않고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죽어서도 죄 값을 치러서 제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앞으로 피해자들도 가해자의 죽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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