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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임신중지 의약품, 가장 보수적으로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접근 가능하게 도입하라
- 임신당사자의 선택을 가로막는 과도한 이용 제한에 강력히 반대한다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9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한성숙 국무총리가 밝힌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방식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총리는 임신중지 의약품이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매우 많이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방법”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의사가 단계별로 관찰하고, 의료기관에서 복용하고, 일정 기간 원내조제·원내투약을 거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고, 안전성과 효과에 관한 근거가 충분히 축적된 의약품이라면서, 왜 한국에서만 가장 강한 이용 제한부터 적용해야 하는가. 그 제한의 근거는 무엇인가.

임신중지 의약품은 35년 이상 사용해 왔고, 현재 100개 국가에서 허가되어 있다. 실제 이용 경험도 광범위하게 축적되어 있으며,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임신 초기 약물적 임신 중지에서 의료기관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과 자택에서 사용하는 것 사이에 임신중지 성공률이나 순응도, 합병증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했다(Gemzell-Danielsson et al., 2025).

그렇다면 제도의 출발점은 ‘가장 보수적인 방식’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실제 이용 가능한 체계를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의료기관 방문과 대기, 원내 복용과 관찰을 반복적으로 요구한다면 그 부담은 결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을뿐더러 약물적 임신중지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약을 허가해 놓고, 정작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실질적인 도입이 아니다. 과도한 제한은 안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의약품을 이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미 일본의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2023년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하면서 병상을 갖춘 의료기관에서의 사용과 의료진의 관찰 등 강한 제한을 두었다. 그 결과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제한되고 접근성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후 제도의 일부 완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한번 엄격하게 설계된 이용체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것이 실제 접근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임신중지는 당사자의 삶과 몸에 중요한 결정이다. 임신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허가된 의약품’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필요한 시기에 안전하게 실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체계이다. 우리는 임신중지 의약품이 허가만 되고 실제로는 이용하기 어려운 ‘전설 속 의약품’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허가가 이용의 시작이라면, 실제 접근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도입의 완성이다.

임신당사자의 선택을 다시 제도의 벽 앞에 세워서는 안 된다. 의약품 도입은 임신당사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임신중지 의약품의 원내조제, 원내투약 방식을 철회하라!
이미 축적된 국제적 근거와 사용 경험에 기반해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이용체계를 마련하라!

2026년 9월 15일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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