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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모텔로 피신하라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최선의 해답인가 - 경기 광주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경기 광주에서 이혼 소송 중에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9월 1일 발생한 이후,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거듭 실패하는 제도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가해자를 구속하거나 유치하지 않아 그 위험을 고스란히 피해자가 떠맡아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는 과연 어떤 대안을 피해자에게 제시하고 있는가. 본 사건의 피해 여성은 경찰로부터 임시 숙소 입소를 두 차례 권유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두 차례나 거주지를 옮긴 상황에서 출퇴근과 아이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해 다시 거주지를 옮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긴급 피난처(임시 숙소)는 신변의 위협이 큰 여성폭력 피해자가 수 일간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가해자로부터 추적당할 위협을 피해 숨는 곳으로, 이러한 특성상 전자 기기를 사용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등의 일상 생활을 중단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긴급 피난처가 있는 지역이라면 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지역에서는 경찰의 예산으로 관리하는 모텔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장소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평소 누리던 일상생활과 자유를 전부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한 긴급 피난처도 문제지만, 쉼터(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 보호시설) 또한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종류에 따라 가족 구성원과 함께 입소할 수 있고 6개월에서 수 년까지 머물 수 있는 쉼터에서는 피해자가 온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가 하면, 현실적 한계가 있다. 1인 혹은 가족끼리 생활할 수 있는 최소주거면적을 갖추지 못한 쉼터에서는 타인과의 공동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전자 기기, 신용카드 등 일상화된 생활 수단을 이용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는 곳이 있다. 2025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약 30%에 이르는 요즘에도 함께 살던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전무하다. 본 사건의 피해자가 긴급 피난처를 이용했더라도 쉼터 입소의 문턱에서 같은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현실에서 피해자가 임시 숙소 이용을 '거절'했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뿐만이 아닌 자녀의 생활 및 자유까지 제약받아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피해자에게 감수하라고만 할 것인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숨는 것까지도 수준 이하의 선택지만을 제시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맡길 것인가.

경찰은 왜 아무런 자성도, 대책도 없는가. 피해자보호명령도 신청하고, 스마트워치도 발급받고, 주거지를 두 차례 옮기고, 이혼 소송도 진행 중이었으며, 학대예방경찰관(APO)의 4개월간 모니터링에도 결국 피해자가 집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를 가두는 것만은 철저히 외면하는 현 수사 체계의 총체적 실패를 이제는 인정하라. 고작 임시 숙소를 제안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한 것을 핑계 삼는 행태 또한 처절히 반성하라.

이런 상황에서도 2027년 성평등가족부 예산안 내 쉼터 기능보강비는 동결되었고, 폭력피해여성(가정폭력, 성폭력) 주거지원 운영은 8천3백만 원 증액, 스토킹 임대주택 주거지원은 인건비로 8백만 원이 증액되는 데 그쳤다. 긴급 피난처를 확대 구축하거나, 전국 60개소가 넘는 쉼터의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가해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가해자를 가두어두지도 못하면서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누리기 위한 환경 구축에도 무관심한 국가는 무슨 낯으로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는가. 다음 피해자가 신고할 때는 또 무엇을 피해자의 '의사'에 맡겨두려는가.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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