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성명] 최협의 폭행·협박, 형법 297조 강간죄가 걸림돌이다
- 중증장애인시설 내 성폭력이 ‘피해자 저항 없어’ 강간죄 무죄된 색동원 1심 선고에 부쳐 -
2026년 9월 2일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는 색동원 시설장 김OO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렸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했던 여성 장애인 4명에 대하여 시설장이 성폭력, 상해, 폭행을 가한 행위가 기소된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여러 적극적인 판단을 전개했다. 피고인 측이 피해자 진술신빙성 공격을 하자, 피해자 진술신빙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 아동이나 지적장애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대법 판례를 인용하며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진술이 오염없는 과정에서 이뤄졌고, 말하게 된 과정이 자연스럽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이 구체적인 내용이고, 객관적인 여타 상황과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자기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주장한 것에 대해, 시설 내 객관적 자료를 대조하면서 기각하였다. 구체적인 연도와 월, 일, 시간, 장소가 특정되지 못해도 오랜 시간 반복된 피해와 지적장애 특성을 감안해서 살펴야 하고,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인용했다.
그러나 이 판결 끝에 등장한 것은 믿을 수 없게도 강간죄 최협의설이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6조 1항을 적용한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력처벌법 6조 1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형법 297조(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의한다. 강간죄는 강간 피해에 대해서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유형력만을 요건으로 삼고 있어 현실과 괴리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폭행 또는 협박 인정을 '(피해자의)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 에 이르렀을 때만 하는 '최협의설'을 오랜 해석론으로 가지고 있다. 이 재판부는 이 낡은 강간죄론을 이번 사건에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중증장애 거주시설의 특성, 지적장애의 특성, 오랫동안 반복된 피해의 특성을 살피면서도 강간죄 최협의설이라는 낡은 기준을 반복했다. 장애인이 겪는 성폭력에 대해 다른 조항을 적용하기 보다 6조 1항을 굳이 적용하는 수사 및 공소기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도, 장애라는 상태, 시설이라는 상황을 적극 고려하던 재판부가 강간죄에 대해 폭행 협박을 강조하였고, 그에 더해 피해자의 현저한 저항 정도를 요구하는 최협의설을 강조하며 무죄를 선고하다니 허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강간죄 297조의 존재, 폭행·협박이라는 구성요건, 피해자의 현저한 저항정도라는 최협의설 기준은 이토록 보편적이고 기본적으로, 강력하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동 피해자에게 의제강간 조항이 있어도, 술과 약물 상태 피해자에게 준강간 법이 있어도, 장애 피해자에게 성폭력 처벌법 6조가 있어도 ‘강간죄’ 라는 기준은 피해자의 현저한 저항을 ‘아묻따’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가 모두 다 다르게 놓여있는 환경과 조건, 맥락을 무시하게 하고, 그 위에서 군림하는 ‘강간죄 297조’ 폭행 협박 기준을 폐기하라. 성폭력이 ‘무죄’가 되어 버리는 이 기막힌 법을 당장 고쳐라.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할 수 없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두고, 구체적인 상황을 규정하라. 국회와 정부는 형법 297조 개정, 즉각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