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 예산 깎아, 결혼 축의금 주는 나라
- 경기 광주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어제(9월 1일) 오전, 경기 광주에서 다섯 살 딸과 함께 있던 30대 여성이 이혼소송 중이던 남편에게 피습당했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로 직접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뒤 결국 사망했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인가. 지난 3월 남양주에서는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1~3호가 내려지고 전자발찌까지 부착된 가해자에게 여성이 살해당했다. 부천에서도 한 여성이 물리적 폭행이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 후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이틀 뒤 살해당했다. 국가가 가해자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제도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여성살해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경기 광주 사건의 피해자는 2025년 3월부터 가해자의 가정폭력을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유로 처음 두 번의 신고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처벌불원 의사가 곧 피해자의 안전을 뜻하는가? 처벌불원의 이유와 맥락은 제각기 다르다. 그것을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와 수사에 임하는 것이 경찰이 할 일이 아닌가? 반복된 신고 그 자체가 위험이 지속되고 가중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경찰은 올해 4월, 가해자가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여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협박 사건이 되고 나서야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가해자가 체포된 것 또한 가해자가 가정폭력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가정폭력 혐의를 제외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시하였다고 한다. 이 또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피해자는 피해자보호명령도 신청하고 스마트워치를 발급받아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신해 있던 새 주소가 이혼 소장으로 노출되어, 결국 피해자는 집 앞에서 살해당했다. 2025년 7월부터 민사소송법 제163조 2항에 따라 '소송관계인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시행되어, 법원이 피해자의 주소 등을 가릴 수 있게 되었으나, 이 역시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작동한다.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하고, 특수협박,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미 검찰에 송치된 가해자를 대상으로 이혼소송을 하는 피해자였다. 법원은 임시보호명령까지 내려놓고, 고작 피해자의 주소도 못 지키는가. 피해자가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며 위험을 호소했던 지난달, 경찰은 가해자를 유치할 수 있는 임시조치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우리 사회는 친밀관계폭력 피해자에게 신고하라 한다. 가해자와 헤어지라고 한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여러 번 신고했고, 피해자보호명령도 신청했고, 이혼소송도 시작했다. 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할 때만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가. 대체 무엇을 더 해야, 피해자는 존중받고 보호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같은 날, 2027년 성평등가족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예산 총액이 5.5%, 약 1,100억 증가한 '역대 최대' 편성이라 보도하였으나, 이 증액의 핵심은 신혼부부에게 100만 원씩 지급한다는 '혼인지원금' 1,663억이다. 정작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인권 예산은 1,427억으로 혼인지원금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전년대비 4.1% 감액되었다. 지난 8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은 '결혼 페널티 해소' 22개 과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결혼을 장려하는 데 이토록 전방위적인 정책이 동원되고 있다. 가정폭력에 속수무책이면서 무슨 염치로 이 나라는 혼인을 장려하는가. 연이은 피해자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어떻게 그 예산을 빼서 축의금을 주겠다는 것인가.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