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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여성폭력의 면죄부가 아니다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배우자·파트너에 의해 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 가운데 80.9%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보다 15.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경찰이나 전문 기관보다 이웃·친구(10.7%), 가족·친척(10.1%)을 찾는 비율이 높았다.

한편, 이웃의 '부부간 폭력' 신고 의향은 27.5%에 그쳐 아동학대 신고 의향의 절반 수준이었고, 2022년 조사보다도 5.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가정폭력을 알게 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77.6%), '피해자가 직접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73.2%),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처벌받는다'(72.8%)는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제도를 알지 못해서가 아님을 시사한다. 오히려 현행 제도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는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증명하듯,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꼽았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가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발표한 향후 정책과제에는 이러한 정책 수요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인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지난 7월 13일에 발표한 부처 합동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의 이행 협조, 「스토킹방지법」 개정, 친밀관계폭력 사망사건 사례분석 제도 도입 등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가정폭력을 일반 범죄와 달리 다루고, ‘성인’인 가해자에 대해서도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우선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는 가정폭력을 사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가해자 처벌을 소홀히 하는 수사·사법기관의 관행과도 맞물려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교제폭력과 스토킹에만 집중되어 있다.

혼인 여부에 따라 국가의 피해자 보호 수준과 형사적 대응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전반을 포괄하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전면 개정과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혼인’이 여성폭력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주일 전, 90대 남성이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도만으로는 구체적인 가정폭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90대 남성이 80대 아내를 살해하기까지, 이 긴 시간 속에서 국가가 이 죽음을 막을 기회가 없었을 리 만무하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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