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의전화에 6월 2일에 올라온 화요논평입니다.>
일터, 학교, 집 어디에서나 일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성평등 정책에 투표할 수는 없는가
-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앞두고
6·3 지방선거가 내일로 다가온 가운데 6월 1일, 서울 강동구에서 20대 여성이 교제하던 사이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5일, 광주 10대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후보들의 추모 역시 이어졌지만, 이후에도 울산, 의왕, 서울, 부산, 남양주에서 여성폭력, 살해 사건은 그치지 않고 되풀이됐다. 참담한 것은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국면에서 두 정당의 공약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정책 순위 10번으로 여성 권리 증진을 통해 성평등사회를 구현하고, 국민생활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상,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교제폭력 처벌 법제 마련, 디지털성범죄 피해 원스톱통합체계를 구축, AI 기반 딥페이크성범죄의 대응을 강화함으로써 성평등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4월 29일 ‘성평등특별시서울’이라는 여성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독박육아, 경력단절, 젠더폭력 등 여성의 3대 부담의 제로화 추진 도구로 ‘든든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든든앱’은 기존 안전 전용 앱에 더해 지원 기관 연계 및 통합 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피해자의 위치 인근 상담소, 보호시설, 의료 및 법률지원 기관 정보를 제공하는 발 빠른 사후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들은 여성폭력과 되풀이되는 여성살해 현실에 비해 빈약하다. 여성폭력을 가정폭력, 교제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으로 분절하여 다루고 있는 현실을 넘어 폭력의 연속성과 위험성을 포착하기 위한 방안이 고려되지 않았고, 여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채 사후 관리에만 치중하며, 기존의 피해자 지원 체계를 엮어 놓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정책 순위 3번으로 결혼·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사각지대 없는 약자 동행 복지 정책을 정책 순위 7번으로 내세우며, 여성의 임신부터 육아까지 지원 확대, 난임부부 시술비 상향, 위기임산부 상담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여성 안전은 도시의 기본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피해자 보호와 법률·심리 지원을 원스톱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공약에서 여성 정책은 돌봄·재생산·출산 지원에만 편중되어 있고 피해자 지원 정책에도 무성의해, 성평등에 대한 편협한 관점만이 엿보인다.
여성이 돌봄·재생산·출산의 주체만이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고려되는 정책, 피해자를 피신시키고 피해자에게만 질문하는 사회를 돌아보고 바꾸기 위한 정책, 일터나 학교와 집 어디에나 있는 피해자가 그 일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투표할 수는 없는가.
이번 지방선거는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는다. 내일이 지나면 당선자들은 승리와 축하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공약, 미처 귀 기울이지 못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다시 찾아 듣기 바란다. 특히,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과제를 지방 자치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더 나은 정책과 더 나은 선택지를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