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논평] 여성폭력 피해자도 노동자다 - 되찾은 노동절을 맞아
올해 5월 1일은 노동절 제정 이후 63년 만에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첫 노동절이다. 노동의 가치를 기리고, 노동자들의 연대를 기념하는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대체되었다가 그 명칭을 되찾고 법정공휴일로 변경된 것이다. 이처럼 뜻깊은 노동절을 맞이하며 ‘일의 세계’에 만연한 여성폭력을 돌아본다.
2022년 신당역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위험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고, 이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피해자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과연 달라졌는가. 2026년 남양주에서는 피해자의 근무지 인근에서 기다리던 전 연인이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창원에서는 전 직장 동료가 퇴사 이후에도 피해자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여전히 일터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일과 맺는 관계가 불가분이듯, ‘일의 세계’에서도 여성폭력이 발생한다. 일터에서 공유된 개인정보가 활용되거나, 일로 인한 위계 관계가 이용되거나, 쉬이 일터를 옮길 수 없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하여 피해자 혹은 일터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만큼 그 양태도 다양하다. 그러나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이 사적 영역에 머무른다고 여기는 인식은 ‘일과 연관된 여성폭력’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이 피해자나 주변인의 안전에 끼치는 위협은 물론이고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 ‘일’이라는 자원이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을 통해 모든 사람이 여성폭력을 포함한 폭력과 괴롭힘이 없는 ‘일의 세계’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천명했다. 또한 2026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는 각국 정부에게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철폐하고 사회보호를 강화하며, 일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구제수단과 사법접근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해외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인식 개선을 위한 통계 자료를 배포하고, 직장 내 관리자들이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안내를 담은 툴킷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유급휴가제도를 도입한 바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해당 협약의 비준을 추진 중이나, ‘일, 가정, 삶이 공존하는 행복한 일터’,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성평등 사회’,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이라는 과제에서도 ‘일과 연관된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내용의 정책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정부가 이번 노동절에 ‘이제부터 다시, 모두의 노동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협약 비준을 추진하여 국제적 흐름을 따라가고자 하는 만큼, 노동자이자 여성폭력 피해자인 국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응답하길 바란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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