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평] 연이은 여성살해에 대한 국회의 대답이 고작 이것인가
- 피해자가 ‘신청’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만 끼워 넣은 스토킹처벌법 일부 개정에 부쳐






오늘 제433회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의 골자는 잠정조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쪽짜리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국회가 고른 답은 고작 이것인가.
이번 개정안의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의 피해자보호명령 중 일부를 복사해서 붙인 것이다. 가해자를 대상으로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하고, 법원에 '스토킹사건조사관'을 두어 결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게 한다는 구조 모두 가정폭력처벌법의 피해자보호명령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처벌법의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최근 3년간 접수된 사건의 인용 건수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난 14일 남양주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의 가해자에게는 이미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1~3호가 내려져 있었고, 다른 성폭력 범죄 전과로 인해 전자발찌까지 부착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살해당했다. 피해자보호명령이 있었다면 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는가. 비밀번호를 바꿔라, 집을 떠나라, 이직하라, 숨어라, 신고하라, 보호명령을 신청하라. 경찰도, 법원도, 정부도 끝없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22대 국회에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관한 법안 수십 건이 계류 중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하여 현장에서 직접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이들은 ‘교제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폭력이라는 점, 스토킹처벌법은 일정 행위에 대한 처벌법으로 이를 통해 ‘교제폭력’을 규율할 경우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권력 역학이 지워질 우려가 있다는 점, 혼인관계와 교제관계를 구분해 절차를 달리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들어,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여 교제폭력을 포섭하는 입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누차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통과된 것은 고작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추가한 개정안이다.
오늘 아침에도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해 유기하려 했던 자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정으로는 아무도 살릴 수 없다. 수사기관은 신고 접수 순간부터 친밀한 관계의 맥락 전체를 파악하고,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각 분리·격리하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모니터링하라. 국회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의 구조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입법에 나서라.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허한 전수조사와 강화 지시 대신, 명확한 목표와 예산을 수반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수립하라. 모든 정책의 기준은 이것으로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가여야 한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