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교섭단체 연설에서 빠진 ‘성평등’과 ‘다양성’
정치권은 여성들이 일상 속 ‘폭동’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마라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진행했다. 이날 이재명 당 대표는 광장에 모인 ‘응원봉’과 ‘빛의 혁명’, ‘남태령’을 언급했지만, 놀랍게도 응원봉을 든 당사자이자 광장의 주역인 ‘여성’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동덕여대 학생인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일을 생각하면 이번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성’이 빠진 것은 사뭇 자연스러워 보인다. ‘페미 편들면 2030 남성 표심 잃는다’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강한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성’은커녕 ‘광장’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말할 것도 없다.
여성 응답자가 76.7%를 차지했던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계엄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서’(71.6%),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36.2%) 광장에 나왔다고 답했다. 자신이 원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 사회’(61.1%), ‘안전과 복지를 갖춘 평화로운 사회’(12.6%)라고 답했다. 광장의 여성들은 ‘다양성’과 ‘안전’에 대한 절박함으로 한겨울 추위를 버티고, 눈과 비를 밤낮으로 맞으며 응원봉을 들고 연대한 것이다. 광장의 요구가 너무나 명확함에도 ‘여성’이 쏙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미흡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지난 1월 19일 서부지법 사태를 목도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들 행위를 폭동이라 부른다. 그렇다, 그러나 여성들에겐 일상이 ‘폭동’이다. 지난 9일, 약 5년간 피해자 234명을 성착취한 조직 ‘텔레그램 자경단’이 검거되었다. 2019년 N번방 사건의 확장판이다. 2008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분노의 게이지’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최소 1,379명의 여성이 배우자 또는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광화문, 남태령, 한강진에서 발언한 여성 청년들, 동덕여대 학생들의 영상과 사진은 SNS에서 공유되며, 조롱과 인신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업로드된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 콘텐츠도 댓글 공격을 당했다. 화장실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친밀한 관계를 맺을 때, 그리고 이제는 광장까지. 여성들의 일상에 파고든 이 전방위적인 폭력들을 ‘폭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광장에 모인 여성들은 이 ‘폭동’을 멈추라 외친다. 가해자가 정당하게 처벌받고 인권과 안전이 보장된 사회를 원한다.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로서의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탄핵 정국 이후의 사회에 온전히 반영될 때 광장의 ‘빛의 혁명’은 완수될 것이다. 탄핵 이후,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자,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을 완성하고자 하는 자들이 가야 할 곳은 명확하다. 광장의 ‘빛의 혁명’의 주역인 여성들이 가리킨 곳을 향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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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기억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