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적절한 인사 즉각 중단하라!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김행 후보자는 14일,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께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게 대선 공약이었다. 아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라며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포장했다.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여성의 임신중지권에 관해 “자기결정권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감춰진 ‘낙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겠다”라고 발언했다. 여성의 권리와 건강을 보장하는 정책을 고안하고 수행해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라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여성인권에 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지금도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는 남성이, 다른 분야에서는 여성이 차별받기도 한다”라며 성차별을 곡해하는 발언을 하며, “젠더 얘기는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답변을 일축했다. 또다시 여성가족부 업무 수행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자가 장관 후보로 등장했다.
성평등 정책을 전반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서 실제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폭력은 심화되고 있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05위로, 지난해보다 6단계 하락했다. 또한, 2023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여성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683,000원으로 남성 4,137,000원의 65.0%에 그쳤다.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한국 여성의 41.1%가 남성 배우자나 애인이 아내 또는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가해도 정당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대답하였다.
“(여성가족부) 그 중심에는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족의 가치가 있다”라는 김 후보자의 말은 틀렸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및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로, 성차별·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을 최소한으로나마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이다. 이에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단체 및 여성·시민사회단체, 수많은 여성·시민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한다는 것은 ‘정책의 효율적 집행’과 ‘여가부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행복하게 엑시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엑시트’ 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이다. 성평등 정책 총괄의 의지가 없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는 자격 없다. 김 후보자는 자격 없는 장관이 얼마나 불명예스럽게 ‘엑시트’하는지 보고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사퇴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적절한 인사 즉각 중단하고, 여성가족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후보자를 인선하라. 국민을 더는 농락하지 말라.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저지했던 여성·시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좌시하지 않고 끝내 막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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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