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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여성가족부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양한 가족 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폭력 범죄피해자 보호 확대 등 6대 핵심 과제 중 ‘여성’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여성 정책의 총괄 부서인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 여성 폭력 관련 의제를 외면하기 위해 ‘여성’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는 근거 없는 억측이 아니다. 현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추진해온 것은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부 출범 시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서 ‘여성’은 온데간데없었고,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안에서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부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 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성평등·여성 정책은 없애고 사실상 ‘인구 감소를 해결할 도구로써 존재하는 여성’을 위한 가족 정책으로 한정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여성가족부의 이번 발표는 부처 폐지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어떻게든 지우겠다는 정부의 시대착오적 독선이 전혀 재고되지 않음을 증명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산하 25개 지자체 중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부서의 명칭에서 ‘여성’이 삭제되고 있다. 어르신여성과는 어르신가족과로 변경한 종로구, 여성보육과를 가족정책과로 수정한 중구,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변경한 도봉구·서대문구·강남구·금천구, 여성가족과를 가족행복지원과로 변경한 마포구까지. 여성을 둘러싼 성차별 문제는 ‘인구’와 ‘가족’으로 가려지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여성 정책업무를 관장하는 부처가 존폐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정하고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 돌봄 안전망 구축, 여성 폭력 피해지원 및 성인지적 건강권 보장, 성평등 문화확산 등 제3차 양성평등 정책 기본계획은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말인가. 26년 연속 최악의 성별 임금 격차를 기록하는 나라, 잇따른 여성 살해 사건 보도로 새해를 맞이하는 나라, 성 착취물 산업구조의 핵심 인물을 ‘방조범’으로밖에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는 국가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계획’이 만들어낸 결과다. 정부는 국가 정책에서 여성을 삭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국가의 책임을 다하라.

 

 

* 관련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314050005131

https://m.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47005#policyBrie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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