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각 정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라
- 연이은 정치권 내 성폭력 사건에 부쳐
1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보좌관 성폭력 사건으로 박완주 의원을 제명하는 결정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13일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윤재순이 과거 검찰 재직 시절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으며, 여성과 여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담은 시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충격을 안겨준 지 며칠만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 제명과 함께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최강욱 의원이나 성폭력 사건에 대한 2차 가해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은 김원이 의원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의 성범죄가 드러날 때마다 각 정당은 서로를 비판하며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은 계속 반복되었으며, 가해자 처벌, 2차 가해 방지 등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완주 의원 제명 과정에 대해 비교적 빠르게 처리되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민주당은 수사를 통한 가해자 엄중 처벌이나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등 추가 징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가해 의원을 두둔하며 성폭력 문제를 제보한 보좌진을 색출하는 등 당 지지자들에 의한 심각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연이어 발생했던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이후 각 정당은 문제 해결을 위한 TF 및 신고상담센터 신설, 교육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의지에 기반한 지속적인 노력 없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연이은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권은 이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박완주 의원 제명 건을 두고 맹비난 중인 국민의힘 역시 성추행 가해자를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나 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또한, 16일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소속 광역시도당 위원장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 당 차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 내 성범죄 사건은 특정 당의 문제로 수렴되지 않는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당이 해야 할 일은 반복되는 성범죄를 용인하는 정당 내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반성하고, 당헌‧당규 및 조직문화를 정비할 뿐 아니라 구성원 인식 점검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가해자 엄중 처벌, 피해자 인권 보장, 2차 가해 및 재발 방지를 원칙으로 사건 해결 절차를 바로 세워야 한다. 부디 과거로부터 배우고, 현재에 실천하라. 이것이 공당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