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다
: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의 죽음을 멈춰라
지난 5월, 군대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던 또 한 명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군으로 복무 중이던 피해자는 직속 상관의 성폭력을 또 다른 직속 상관에게 보고했지만 피해를 알게 된 상관은 ‘없던 일로 해줄 수 없냐’며 피해자를 회유하고 합의를 종용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압박하였으며, 피해자가 전출을 요청해 옮긴 부대에서도 피해자는 오히려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피해자에게 ‘신고를 할 테면 해보라’며 비웃었다는 가해자의 자신감을 만든 것은 ‘성폭력을 용인하는 군대’ 그 자체였다.
군대 내 성폭력 사건으로 피해자가 끝내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해군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국방부에 정책 및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가. 2018년 ‘성범죄 특별대책TF’를 꾸리며 “성폭력 피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두려움 없이 제기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군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던 국방부는 2021년 또 다른 여성의 죽음 앞에 감히 고개를 들 수 있는가.
이번 공군 중사의 사망에 대해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을 넘어섰다. 여성들은 언제까지 성폭력 피해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가. 국방부와 군대에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구호와 선언뿐인 대책이 아닌,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 및 징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부터 제대로 시행하라. 우리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당연한 상식이 바로 서는 그날까지 피해자와 함께할 것이다.
* 관련기사: https://news.v.daum.net/v/20210531203113759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화요일 ‘화요논평’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