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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술을 이용한 성폭력사건의 심신상실 상태를 폭넓게 해석한 대법원 판단을 환영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피해자가 음주 후 스스로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 준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능력 및 신체적 대응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본 판결은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폭넓게 해석하여 음주 후 기억상실 일명 블랙아웃을 유죄로 판단한 첫 판례이다.


해당 사건에 대하여 2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거나 피고인에 의해 부축하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계단으로 이동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정신을 잃었다거나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이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이라는 주장이 있을 경우 피해자의 범행 당시 신체 및 의식상태가 어떠하였는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가 합리적인지 등 제반사정을 면밀하게 살펴야하며, ‘음주 후 필름이 끊겼다’는 진술이 있다고 하여 블랙아웃이라 쉽사리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음주로 인한 준강간 혹은 준강제추행 사건은 알코올 영향으로 인한 피해자의 개인적 특성 및 상황 등은 배제된 채 ‘피해 경험을 기억하는 경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되고, ‘피해 경험을 기억하지 못 할 경우 피해자가 동의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블랙아웃이라’ 단정되며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로 인해 술에 취하여 합의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법률적으로 ‘피해자답지 못 하다’고 외면받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위 판결은 심신상실의 범위, 항거불능의 상태를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성인지적 관점하에 해석한 판단으로 그동안 음주로 인한 성폭력피해를 당하고도 법리와 현실의 간극으로 기소조차 되지 못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정의와 상식으로 응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음주로 인한 성폭력사건이 잘못된 사회적통념이나 편협한 피해자다움으로 매몰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지, 피해자의 적극적인 합의를 구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성인지적 관점이 확립되길 기대한다.


2021. 02. 22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164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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