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대검찰청은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검찰이 무고 사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수사·재판기관이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성 이력이나 고소전력, 외모나 나이 등을 근거로 피해 사실을 의심하고 선별하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만연하다.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국가기관으로부터 도리어 ‘피의자’로 질책 받는 상황은 매우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특별법 제정 10년인 2004년부터 이러한 상황에 문제제기해왔고,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역고소할 경우에 대한 조건을 강화할 것을 주장해왔다. 특히 성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사법절차가 완전히 종결된 후에 무고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위해 관련 법규 개정이나 수사지침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이를 골자로 수사매뉴얼을 개정한 대검찰청의 결정은 당연하다. 이런 시국에 스튜디오 강제 촬영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대검찰청 수사매뉴얼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니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 가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본 지침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너도 좋았으니까 저항하지 않은 것 아니냐”
“사귀던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은 것은 아니냐”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 꽃뱀임이 분명하다”
범죄 피해자로서, 국민으로서 국가 기관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위협과 강압, 도리어 피의자로 몰리는 억울함을 겪는 피해 여성의 기본권은 어디 있는가. 이제야 성폭력 피해자가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매뉴얼'이라는 형태로 마련되었을 뿐이며, 이것이 제대로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단계에 불과하다. 스튜디오 강제 촬영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한국의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제대로 수사·재판받는 일, 이 당연한 권리 실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이를 막으려는 헛된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화요일 ‘화요논평’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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