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논평 화요논평입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17.11.06 11:27 조회 수 : 80

성명및논평


[지난 60여년의 적폐, ‘낙태죄폐지 요구에 대해 정부는 분명히 답하라]

 

235,372명의 시민이 청와대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을 청원했다.

이제 청와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정부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한국은 1953년 피임법도 제대로 없는 시절부터 인공임신중절을 낙태죄로 명명하고 범죄로 금지한 국가다. 그러나 지난 60여 년 동안 정부는 국가 발전과 가족 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우생학적 논리로 생명을 선별하고 강제 불임과 낙태를 적극적으로 자행해왔다. 저출산 해결방법으로 불법임신중절에 대한 처벌 강화를 착안하고 출산지도 따위를 그려대며 여성을 자궁으로 환원시켰다. 그렇게 정부는 여성의 삶과 몸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덧씌우며 낙인을 찍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인구정책을 시행해왔다.

 

콘돔 사용률 12.4%, 자녀 1명당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 4억원, 연령, 혼인여부, 장애, 질병, 소득과 노동조건 등에 따른 임신과 출산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원치 않는/않아야 하는임신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임신중절은 연 30여만건에 이르며, 이 중 95%불법으로 규정된다.

 

대부분의 임신중절이 불법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고, 고비용의 음성적 수술로 내몰린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의대 교육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보다 안전한 수술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보다 안전한 의약품은 유통되지 않는다. 위험하고 불법인 수술을 받고 이에 따른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누구의 몸도 아닌 여성의 몸이다. 국가는 학교 성교육 시간에 ‘생식기 건강’을 위해 위생과 옷차림 단속을 하고, 12세 미만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을 실시해대는 등 여성의 자궁관리에 참으로 힘썼지만, 안전한 임신중절의 문제는 철저히 무시해왔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절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의 문제이다. 지난 2000년,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인공임신중지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의 시중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에서는 ‘미페프렉스’, 그 외 지역에서는 ‘미프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약품은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안전성을 입증 받았으며,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올라 있다. 유럽에는 2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미프진을 상용화하고 있다. 미프진은 임신중지 성공률이 높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덜하다는 점에서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는 약품이다.

 

낙태죄는 국민의 생명과 삶에 대한 책임을 오직 여성에게만 전가하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생명을 선별해 온 지난 60여년의 적폐, 가부장적 국가의 핵심적 산물이다. 임신중절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고 처벌할 것이 아니라, 피임임신임신중지출산양육 전반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35,372명의 청원인의 뜻에 함께하며,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한다.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 미프진을 도입하라!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71031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