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성추행을 해서라도 여자 배석판사를 바꾸겠다?”, 바닥을 드러낸 대법원의 성평등의식]
지난 10일 대법원 소속 판사가 동료 판사들과의 회식자리에서 건배사를 하며 "재판부에 여자 배석판사가 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성추행 같은 행동이라도 해서 배석을 남자로 바꾸겠다"는 취지의 망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성추행이 있다’는 오만함과 무식함, 여성판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뻔뻔함. 이토록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공명정대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를 ‘일부 법조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도 최근 성폭력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이 수상쩍다.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대법원은 직장 상사가 자신의 방으로 여직원을 불러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았던 사건에 대해 “손목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이어 5월에는 속옷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고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라고 요구하여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시민들의 공분을 산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도 작년 11월 “사랑”이라며 돌려보냈던 대법원의 작품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했던가.
이번에 드러난 ‘망언’을 통해, 새삼 위와 같은 대법원의 행보가 매우 당연하고 필연적인 것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통탄할 노릇이다.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발언의 내용과 구체적 경위가 확인되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에 묻는다. 이 발언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성차별·성희롱”으로 판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대법원의 자성을 촉구한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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